본문 바로가기

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실천하라, 삶이 깨어날지니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A. J. 제이콥스|살림

취업난 속에서 운이 좋아 취직을 했다. 자기계발서니 처세술이니 하는 책은 알레르기가 있는 타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닥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즈니스 관련 화술 책을 사 읽게 되더라. 끄덕끄덕으로 시작해서 끄덕끄덕으로 끝나는 독서가 끝나고 나니 남은 것은 두어 시간동안 쉴 새 없이 끄덕이느라 피곤해진 목의 근육이 전부였다… (장담하고, 이 독서는 며칠 후 본인이 받은 목 디스크 진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건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말만 그럴싸 하지 절대로 내 인생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하던 중에 이 평범하지 않은 제목의 책을 접했다.
브리태니커를 통째로 읽었다는 이 괴짜 작가의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폭소의 연속이었다. ‘실천’이라는, 사
실 뭐 없는 행위 하나에 참 많은 사건들이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자신의 모든 일을 아웃소싱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만 말하고, 조지 워싱턴을 따라하는, 상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증의 영역으로 개척한 탐험가가 우리 주위에 몇이나 될는지… 읽던 도중 도중,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유쾌하게 읽어내려가기에 그만인 책이다. 자신을 실험 재료로 삼는 저자는 도무지 자신을 가만히 둘 생각이 없는 듯 쉴새없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낸다. 거기에서 얻어낸 결과가 단순한 ‘사실’ 이상이라는 것은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몇만 부나 팔린 자기계발 부문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감흥 이상을 얻지 못하는 우리네 삶(본인의 이야기로 전체를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했다면 용서하시길)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는지. 개념이 사건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사건이 나와 인연을 맺으려면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상대방의 눈을 보고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해라’ 라든지 ‘인사를 잘해라’ 하는 글귀를 보면서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고 항변하기 전에 일단 한번이라도 해봐라 하는. ‘해 봐라. 그러면 이렇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해 보니까 이러더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저자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3명의 자녀들보다 훨씬 더 엉뚱한 말썽쟁이 남편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의 실험을 지지 (엄밀히 말해, 반대하지 않는)해 주는 그의 아내 줄리에게는 그보다 살짝 더. 본문에 나타난 황당한 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 볼만한 일들은 해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어둠속에서 반짝 켜졌다.
내일은 월요일. 주말동안 끄덕끄덕하며 읽었던 뻔한 책의 내용이 과연 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는지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궁금해 미치겠다. 오글거리는 멘트들을 실천으로 해 옮길 생각에 신입사원의 두 눈은 감길 줄을 모른다.

글 주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