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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아픔을 끌어 안고 다시 뜨거움으로 │ 송탄동성교회

한국 교회에 주어진 과제를 하나씩 손꼽아 헤아려 볼수록 머리
가 지끈거린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먹먹해지지만, 가만히 멈춰서서 생각해 보면 그만큼 희망을 품어 봄직하다는 것이 아닐까. 특히 서울 근교 지방의 중소 도시에 위치해 지역민의 삶의 터전에 내려 앉아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의 삶과 궤적을 같이 한 교회들에게 주어진 과제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도시로 떠나는 젊은이, 그리고 남아 있는 장년층,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꿔야 하는 교회. 비단 한 교회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니더라도, 그런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절절히 고민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송탄동성교회를 찾았다.김승환

숯고을에 뜨거운 숯불로 다시 피어나다
1980년 8월에 설립된 송탄동성교회. 32년, 짧지않은 시간 동안 교회가 걸어온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이제는 성장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나이의 교회가 꽤 깊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대도시 근방의 중소 지방도시 교회가 안고 있는 교회의 어려움이 송탄동성교회를 비켜 가지는 않았다. 32년간 담임 목사가 여럿이 거쳐갔고, 성장할 만하면 교인들은 대도시로 떠나는 등, 계속해서 반복하는 정체를 경험하며 교회와 성도들은 모두 함께 아파했고, 알게 모르게 패배 의식에 젖어 서로를 날카롭게만 대했다.
“교회에 부임해 보니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 그대로 몸에 전달되더군요. 10년 동안 목회한 이전 목사님께서 갑작스럽게 떠나시고, 전체적으로 더욱 깊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더 안타까웠던 것은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죠. 예배실의 분위기도 어두웠고요. 비록 문제를 떠안고 있다지만 하나님의 꿈이 우리 성도에게 예외일 수는 없잖아요.” 김창운 담임목사는 그런 교회를 마음에 품고 새벽마다 이 교회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낼지를 간절히 구하는 중에 이사야의 제단 숯불과 송탄이 연결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송탄(松炭)은 숯으로 유명하다. 이름 그대로 숯을 보내는 마을이다. 예전부터 참나무가 많은 지역이라 숯을 생산하는 가마들이 고개마다 많았다고 해서 ‘쑥고개’로 불리우지만 원래는 ‘숯고개’이다. “평택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쑥고개인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숯들은 한양으로 올라갔습니다. 동성교회가 그렇게 숯과 같은 교회로서 다시 일어서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하나님 보좌 앞에 놓인 숯이 이사야 선지자의 입술에 닿자 그의 모든 죄가 용서 받은 것처럼 말이죠.” 


변화, 그리고 또 변화를 말하다
2009년에 선교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김창운 목사는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 교회에 다시금 건강한 복음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하는 소망으로 귀국했다. 마음 속 간절한 소원의 깊이 만큼이나 보이는 사역의 현장 또한 그 골이 역시 깊었다. 상처와 깨어진 마음으로 억눌려 있는 성도들에게 필요한 건 정죄가 아니라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은혜였다. “먼저 성도들을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음이 얼마나 큰 복인지 깨닫기를 바랐죠. 또한 하나님 주시는 은혜의 해(年)를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가난과 어리석음에서 바둥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큰 은혜 안에 거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변화된다’에 힘주어 말한다. 그는 계속해서 이루는 신앙을 강조한다. 성화가 빠진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한다. 목회자가 먼저 변화를 이루며 나아갈 때 교회와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도 그동안 한국 교회들은 외면의 변화를 추구했다. 신자유주의를 따라가는 교회는 복음을 마케팅으로 변질시켰다. 교회가 복음의 능력은 잃어버리고 세상의 가치와 타협함으로 병들어갔던 부분을 도려내야 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동성교회가 씨름하고 있는 이 싸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시 한 번 재도약을 기대하는 모든 한국 교회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하교이사’ 로 교회를 다시 세우다
‘하.교.이.사.’ 하나님 사랑, 교회 사랑, 이웃 사랑의 정신으로 교회는 다시금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나님 사랑에 익숙한 성도들이지만 말씀(교회)과 이웃 사랑에는 왠지 부담스러워 했던 성도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실제 변화를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작지만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예배당을 좀 더 아늑하고 편안하게 변화를 주었고 입구의 주차장과 편의시설들도 예쁘게 단장했다. 어두운 곳에 침체된 영혼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에서 변화를 주고자 한 그들의 열심이 조금씩 열매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웃사랑을 위해 동성교회는 금요친구모임을 만들었다. 주변의 노숙인들을 섬기려는 마음이다.
“금요일마다 노숙인 사역을 합니다. 받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지만 교회가 친구가 되어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매주 7-80여 명이 식사를 하고 강의를 듣습니다. 주변의 반대도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사랑 실천의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8명정도가 일자리를 찾아 자립했어요. 일자리를 찾은 후 몇몇 분은 음료수를 들고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죠.” 노숙인 사역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그들의 습관을 벗어내는 것이다. 교회가 좋은 의도로 계속해서 후원하지만 그렇다 보면 스스로 일어설 기회를 잃어버리게 한다. 복지의 최우선 목표를 건강한 자립과 자아실현에 두고 그들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다음을 고민하며 준비하다
수도권에서 떨어진 조금은 낙후된 지역인 송탄. 한국은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차이를 정확히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수도권 중심으로 이 나라가 집중되어 있는지 말이다. 게다가 평택의 미군부대가 가까이 있어 문화적으로도 건강한 곳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런 지역과 문화에서 가장 걱정거리는 바로 자라나는 다음 세대다. 그들을 위해 송탄동성교회는 ‘좋은 교실’운동을 시작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공연과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지역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다.
“이곳은 논과 밭, 작은 시내가 있어 도시 아이들과 다르게 순수한 마음으로 성장합니다. 오늘날은 마을과 고향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는데 눈이 쌓이고 곡식이 여무는 풍경을 보며 자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있죠. 그래서 공연은 찾아다닙니다. 대학로의 연극과 뮤지컬, 김연아의 공연, 특색있는 박물관 등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인터뷰를 했던 당일 오전 지역아이들과 교회학교 학생 32명이 중국으로 비전트립을 떠났다. 동성교회로서는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일에 첫걸음을 디딘 것이다. 온 성도들이 폐품을 모아 좋은 교실 학생들을 지원한하고, 그들이 자신들 앞에 놓인 세상을 건강하게 바라보기를 함께 소망하는 것이다.
송탄동성교회는 ‘되는 교회’를 꿈꾼다. 모두가 안 된다.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들은 그럼에도 변화할 수 있고, 새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겹지만 복음의 능력을 믿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지역을 살리고 성도들을 키워내는 건강한 교회, 되어가는 교회, 동성교회로 자라가길 기대해 본다.

송탄동성교회
경기도 평택시 독곡동 405-24
031-663-2394

송탄동성교회 김창운 목사 인터뷰
회복과 변화를 끊임없이 소망하는 목회자

 “초등학교 6학년일 거에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꿈을 말하던 시간이었죠. 그때 저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몰랐지만 교회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했던 것 같아요. 꿈을 구체화 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 여름 수련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신학의 길로 들어섰어요.”
유년시절부터 하나님을 위한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김창운 목사는 인터뷰 내내 진솔한 모습이었다. 그 안에서 고민하고 묵상한 무엇이 쉴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준비된 목회자란 인상을 준다. 또렷한 눈빛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듣는 동안 주변의 분위기를 감흥케 했다. 김 목사는 부교역자로 있으면서 갈등으로 분열해가는 목회의 현장을 경험하고 유학을 떠났고, 그에겐 대결 구도에 익숙한 교회 문화가 아닌 사랑과 화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국 교회를 세우고픈 꿈이 마음에서 자랐다. 
“저는 성도의 상처를 두고 어떻게 풀어갈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목회를 위한 실천적인 차원에서 공부하고자 선교학을 선택했죠. 선교는 모든 신학의 바탕 위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신학의 바탕 입니다. 마치 시작과 끝처럼 말이죠.”
그는 건강한 복음 위에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고 싶었고, 그래서인지 목회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목회는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세상에 물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하늘로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국을 맛보며 그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죠. 이 생각은 목회를 하면 할수록 더욱 굳건해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목회를 하다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쉽게 변화되지 않는 점에 놀랍니다. 그리고 이내 포기하고 말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완성된 존재로 살아가지 않고 성화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는 유학시절 가까이서 배울 수 있었던 서정운 총장님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본인을 가리키며 ‘사람은 변화 돼. 변화 되는 것 맞아. 나를 봐, 내가 변했잖아’라며 해주셨던 그 말씀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대화에서 성도를 성화로 이끌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대결 구도에 익숙해 서로 분노하며 상처주고 살아왔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 깨끗하고 맑은 기독교의 문화와 영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수님을 믿으면 복 받습니다. 복 받기 위해 믿는 것은 아니지만 믿으면 복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복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받는 복이 얼마나 큰지 한 번만이라도 경험해보길 원해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교회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 소망이 있습니다.”
사랑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길 바란다던 김 목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오늘도 성도들을 조금씩 세워나가고 있다. 우리가 그의 사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너져가는 교회를 회복시키는 단순한 사랑의 진리를 그가 실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