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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지금 당신의 고통은 누군가를 위로할 능력│단열단상








단열단상
문단열 | 살림Biz



지금은 타인의 삶보다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시대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식은 이제 물리고 낡았다. 이 속에서 삶을 펼쳐나가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뼈 있는 말을 유쾌하게 던지는 책이 바로, <단열단상>이다. 
사실, 저자 문단열도 성공이란 단어 안에 자신의 이름을 실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던 사람이다. 어디서나 과속은 사고를 유발하는 법인지, 목표는 얻었을지 몰라도 몇 번 크게 넘어지는 경험을 한다. 그는 운이 참 좋았다. 고통스러운 와중에 삶의 속살을 발견해서, 극복은 물론 이렇게 책도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까. 
성공이라는 가면을 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은 삶의 기준을 다른 이에게 두었을 때 생긴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경쟁 속에 놓인 우리는, 주어지는 기준을 자연스레 수용하고 그에 맞추어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한다. 우위에 서지 못한 사람은 낙오자 혹은 패배자라는 낙인을 받기 쉽다는 사회 통념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야누스처럼 존재하는 우월감과 열등감에 쉴 새 없이 짓눌린 채, 우리는 방향을 잃은 ‘멘붕’ 의 상태로 길 위에 멍하니 서 있을 때가 태반이다. 
문단열은 말한다. 진정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쓰임 받음’ 이라고. 다른 이보다 더 주목받고 더 우위에 있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각자의 삶이 불완전한 이유는 다른 이들과 함께하기 위함이다. 이는 아담과 하와를 만든 신의 창조 섭리이기도 하다. 이 안에서 혼자만 누리는 ‘성공’ 의 개념은 알맞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괴롭고 더 힘든 것이다. ‘성공’ 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하는 말처럼 생에서 ‘성공’ 이란, 누군가 내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고통마저 ‘누군가를 위로할 능력’ 으로 승화하는 거대한 힘이 나온다. 문단열이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제목 그대로, 저자의 단상(斷想)으로 이어지는 책이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책이 아닌 사람을 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첫인상은 별로였다. 보통의 다른 어른들처럼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으며 허세 가득한 강요를 부릴 게 뻔하다는 편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지에 적힌 “인생에서 때론 지는 게임도 필요합니다”란 문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고, 책 속에 적힌 하나하나의 단상이 내 마음을 열었다. 삶과 사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이되었던 까닭이리라. 
현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안타까움과 애정을 담아, 살짝 눈치 챈 인생의 답을, 다소 가벼워 보이지만 그래서 더 날카로운 위로의 말로 나누어 주는 문단열. 오래간만에 좋은 어른을 만났다. 글 윤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