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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앤소니 드 멜로 | 샨티



바야흐로 영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가벼운 수행자로서 수많은 책과 이야기를 통해 영성을 접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왠지 확 쪼그라들어 빈약해 보이는 내 영적 자아만 더 도드라지는 듯함을 절절히 느끼는 건 왜일까? 더 씁쓸한 것은 그 무엇인가가 아주 작지만 꽤 커보인다는 것이다. 우린 저마다 그리스도의 도(가르침)를 좇아 그분이 가셨던 좁은 길에 오른 초라한 수도자일텐데, 그 스승을 따라 실천에 옮기는 구도자적 삶의 양태는 가르치는 스승 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으니 어쩌란 말인가. 가끔 이런 물음에 한숨마저 나올 때가 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관념 말고 무엇인가 삶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런 바람을 툭툭 입에서 쏟아내며 영성의 변두리에서 방황하는 내게 엔소니 드 멜로의 책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엔소니 드 멜로는 공지영 씨가 <깨어나십시오>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신부이자 수도자, 그리고 영성가이지만 사실 그는 가톨릭계에서도 꽤나 논란거리를 던져주었던 신부다. 그것은 다름아닌 영성의 수련 방법, 실제 방법들을 다양한 종교와 수련의 행위를 자유롭게 수용하며 소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내 자신과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잊고 바람처럼 방황하며 자신의 영혼이 떠돌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의 모습과 영적 자아를 만나 하나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데 멜로 신부의 글은 큰 통찰력을 준다. 왜 나는 내가 섬기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내 현장은 씻지 못할 복수심과 보복심으로 그 어떤 대상을 증오하고, 나아가 증오감으로 괴로워할까. 왜 내 영혼은 순결함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한낱 스치는 이미지 하나에 쉽사리 무너지며 지긋지긋한 욕망의 끝을 맛봐야 하는가. 실망하고, 절망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다투고, 걱정하고, 염려하며 괴로워하는가. 왜 이토록 연약하디 연약한 나는 온 몸으로 내 실존을 처절하게 경험하며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 대고 마는가. 책을 읽는 내내 내 속을 뒤흔든 질문들이다. 

책의 제목처럼 쉽지만 아주 유용한 영적 수도 방법을 통해 삶의 어지럽고 분주한, 그리고 상처와 아픔과 불편한 기억들의 잔향을 고요히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책을 읽으며 실제 실행에 옮겨 볼 수 있다면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결코 쉽지만 않다. 그럼에도 그 한 장을 넘길 때 주는 유익은 책의 두께만큼이나 두껍다고 하겠다. 유용한 실천법을 하나 소개하자면, 지금 눈을 감고 내 온 몸이 어디와 접촉하고 있는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으로 읽어가며 생각해 보라. 5분에서 10분이면 충분하다. 이 수행을 거치면 의외로 지금, 오늘, 여기를 누릴 수 있고 내 마음속 분주함의 먼지를 가라앉히는 데 유익하다. 근심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무척 효과적인 수행법일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실천법을 통해 오늘을 사는 당신을 상상해 본다! 이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자신을 향해 질문만이라도 해보자. 글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