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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진짜, 그 불편한 즐거움│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셸 실버스타인 | 살림


책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전 세계의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를 쓴 사람의 미 발표작을 한데 모은 시집이다. 저자 셸 실버스타인이 작가이면서 만화가이자 실력 있는 작곡가라는 사실과 한번 듣고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감동을 전해주었던 나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들자마자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혹은 도서대출대로) 향했을 것이다. 
각각의 시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를 함께 실었다. 장 자끄 쌍뻬(<꼬마 니꼴라>의 저자이자 삽화가)의 삽화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삽화집으로 손색이 없다. 작품 내에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몇 편 있는데, 그럴 땐 삽화를 참고해보자. 모든 의문이 순식간에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측건대 이러한 시들은 삽화로 넣으려고 의도치 않고 먼저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법이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이 시를 읽으면 어린아이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왼손을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처럼, 어떤 시들은 천진하고 엉뚱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단순히 유명인사가 지은 동시집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짓궂음 내지는 뒤틀림이다. 어떤 시들에 나온-어린이임이 분명한-화자는 괴롭히고, 비웃고, 거짓말하며 미움을 품고 있다. 인간으로서 품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니 어딘지 께름칙하다. 그럼에도 진실함이 잔뜩 묻어난다. 
우리에게 존재했던 어린 시절을 상기해보자. 천진무구라고 덮어두기에는 무엇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미화되는 기억은 우리의 유년을 순수의 백색으로 덮었고, 그 이미지대로 어린 친구들이 성장해 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회상하건대, 이젠 어른에 수렴하는 우리는 모두 못된 어린이였던 적이 있다. 순수했기 때문에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던 미움과 분노, 욕심과 애환이 분명히 있었다. 
작품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은 어른이 기대하는 어린이가 아닌, ‘리얼’ 의 아이들이었다. 읽는 어린이에게 교훈을 주지도 않고, 어른에게 감동을 전하지도 않지만, 작품은 읽는 중간마다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마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헛웃음도 웃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역자도 밝혔듯, 번역 때문에 시의 특유한 맛을 완전히 살리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자. 우리가 아이들의 장난에서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듯이 말이다. 바라건대, 계몽과 교화는 자녀교육에만 적용하면 될 일이다. 글 주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