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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세월이 지난 자리에 남은 건 사랑뿐│사랑 아닌 것이 없다









사물과 나눈 이야기
사랑 아닌 것이 없다
이현주│샨티





사랑이란 말은 두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감정을 뜻하면서도 전 인류, 더 나아가 세계를 하나 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지요.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이래저래 복잡한 것이 바로, 사랑. 그 사랑을 생각해보라고 말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물론 이 책은 사랑을 분석하거나 정의 내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 그것이 사랑이었네”라고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왜냐고요? 개정판이거든요, 이 책.
이 책이 처음 나올 때의 제목은 <물(物)과 나눈 이야기>였습니다. 사물과 대화를 나눈다? 이상하다 싶으셔도 덮어놓고 넘어가진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어린아이가 인형이나 우산을 친구 대하듯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이가 다른 대화니까요. 그건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빨랫줄, 다리 하나가 부러져 쓸모를 잃은 빨래집게, 휴대전화, 안경, 손거울 등 무수히 많은 사물과 대화를 합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다 한마디 건네는 것이죠. “너는 무엇이기에 거기에서 그러고 있느냐?” 대개가 이렇습니다. 뜬금없다가도 아뜩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이기에 거기에서 그러고 계십니까?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도 막상 말하려고 보면 말문이 턱하고 막히고 말지요. 그런데요. 놀랍게도 사물은 답을 합니다.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던 것처럼요.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살면서 살짝살짝 깨달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쉽게 꺼낼 만한 이야기는 아니어서 긴가민가했던 것들이었죠.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지금까지 이런 고민에 대한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삶에 여유라는 것이 조금씩 줄어들며 잃어버리게 된 답이 아닐까 해요. 필요한 것인데도 당장 먹고살기에 바빠 덮어두었던 것들이요. 

바쁜 일상이지만 잠깐 멈춰 생각해 봅시다. “한 가지 이치가 만 가지 사물에 통한다”는 말에 저는 책으로 조금 깊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지요. 당연하다고 그저 믿지 말고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냥 주어진 것으로 생각해서 재고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지 마라. 끊임없이 되묻고 의심해라. 대화 한 번 나누지 않고 간편하게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라.

“그건 범신론에 빠지는 거예요.” 저자는 책머리에 나무와 바위 등에서 하나님의 자취를 발견하고자 하는 자신을 ‘범신론’ 으로 간단하게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자기와 생각이 다르거나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유일신론자로 사느니, 차라리 풀과 돌과 늑대 곁에서 그들과 형제로 살아가는 범신론자가 되겠다고 다짐’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단단한 마음을 꺼내어놓는 저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책을 덮으며 알았습니다. ‘범신론’ 이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돌아가느라 놓치고 말아버린,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으로 소중합니다. 소중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랑 아닌 것이 없게 된 거지요. 글 원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