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 종교개혁지를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종교개혁지 중에서도 칼빈과 그의 영향을 받은 위그노들의 신앙 자취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귀한 기회였다. 답사를 통하여 종교개혁자들의 삶이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니 오늘의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중 마리 뒤랑의 일화는 아직도 마음에 남아 큰 울림을 준다. 그녀는 독실한 신앙의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라는 당시 가톨릭 교회와 왕정의 폭압으로 15세에 투옥되어 53세에 출옥할 때까지 결코 자신의 신앙을 타협하지 않았다. 무려 38년간의 옥살이였다. 당시 그녀가 머리핀으로 돌바닥에 새긴 ‘register(저항하라)’라는 글귀는 참으로 큰 충격이자 도전이었다. 가냘픈 여인이 감당한 진리를 위한 저항의 행위와 대가는 ‘값싼 은혜’에 물든 우리의 삶을 반성케 한다. 
그러나 그토록 ‘값비싼 은혜’를 마다하지 아니하였던 프랑스의 개혁교인은 전 인구의 0.4%에 불과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까? 우리의 신앙에 비하여 그 열심과 성실과 희생이 컸던 교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약해져 가는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며 우리의 교회 미래를 더더욱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얄팍한 신앙 그래서 세속화로 오염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더욱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러한 마음은 위그노들의 역사를 공부하며 의미 있는 깨달음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수많은 위그노들은 극심한 박해로 프랑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로, 독일로, 영국으로, 신대륙으로 떠났던 위그노들은 신기술을 전수했고 이로 인한 상공업의 발달과 종교개혁 신앙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분명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었지만 신앙의 절개를 지켰던 이들은 그리스도의 편지로서 결국 그리스도를 온 세상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가장 탁월한 선교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라민 사네는 “순교자의 피 위에 교회가 선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한다. 사네는 순교자의 피가 너무 많이 흐른 땅 위에는 오늘날 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거스틴을 비롯한 찬란한 기독교문명을 꽃피웠던 북아프리카, 개혁신앙을 지키려 모진 희생을 마다하지 아니하였던 프랑스, 큰 희생을 했던 일본 등의 지역에서 교회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사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심한 박해로 인하여 그 지역의 신앙인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결국에는 복음이 전세계로 퍼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결국 순교자의 피 위에 교회는 전 세계에 선 것이다. 
결국 신앙의 씨앗은 심은 대로, 아니 우리의 노력보다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지만 그 때와 방법과 모양은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제대로 된 신앙의 씨앗을 간직하고 전달하는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오직 그 분의 손안에 있다. 오늘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와 내용을 그득 담은 편지가 되어가는 것이리라!

발행인 임성빈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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