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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이웃이 기뻐하는 짠맛 나는 교회│염산교회


가끔, 소금으로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과연 어느 정도 퍼센티지를 차지할까 스스로 물으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리곤 그 퍼센테지가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교회는, 우리의 지역은,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로 생각이 흐를 때가 있다. 이런 생각에서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
염산교회는 64년 동안 신촌 염리동 고개에 마치 마을 교회처럼 서 있다. 그리고는 소금의 맛을 꾸준히 내며 이웃과 지역과 더불어 산다. 새파란 가을 하늘이 새파랗게 높은 어느 날 염리동 고개를 오르며 염산교회를 찾았다. 글 · 사진 김승환   

앞마당을 꽃피우다
염산교회가 소금의 맛을 내며 지금까지 그곳에서 펼쳤던 사역을 다 소개하자면 꽤 긴 글이 나오겠지만 그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들이 말하는 ‘앞마당’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리네 오랜 기억에 자리 잡고 있는 시골 집 마당처럼 교회의 앞 마당을 잘 가꾸어 놓으면 누구라도 들어와 쉼과 놀이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품고 시작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과 공감의 장소를 만들어 이웃과 더불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려는 것이다. 장소는 중요하니까.
특히 청년을 염두해 본다면 신촌은 그 지역에 걸쳐 있는 대학생에게는 앞마당이라 하겠다. 염산교회는 그 앞마당에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와 삶을 풀어 놓기를 꿈꿨다.
세상적 가치의 문화가 가득한 젊은이들의 거리, 신촌. 그곳에 복음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그래서 지난 2008년 교회 창립 60주년에 이르자 신촌역 앞에 VIEW&TEA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었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신촌을 바라보고 세상과 교회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꿈꾸었던 그들의 바람이 청년들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좀 더 현실화한 것이다. 카페는 오픈을 시작으로 서대문구의 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되어 좋은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또 다른 사역으로 그 발걸음을 계속 옮기고 있다.
그래서 염산교회는 혼자가 아닌 함께 연합하여 앞마당 사역에 힘을 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나님이 나라를 한 교회만 세워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지역 기독인연합회와 함께 창천교회에서 첫모임을 하고 각각의 달란트와 역할을 확인하고 그것을 들고 기독교 문화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다가서기를 협력했다. 앞마당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 곳곳에 작은 복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와 어르신을 향하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때에 노인 사역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교회라면 염산교회의 사역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기존의 사역들은 ‘실버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1회씩 모여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염산교회는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먼저 ‘염산어르신사랑나눔터’라는 작업장을 운영한다. 지역 어르신들은 주 5일 그곳으로 출근하며 간단한 도구와 전문적인 공구를 가지고 여러 종류의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현재 마포구에 3개가 있는데 염산교회가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더 감동스러운 것은 작업장에 햇빛이 들어와야 한다기에 담임목사는 살던 자신의 거처를 내주었고, 교회는 힘을 모아 그들을 돕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일이다. 공간을 구청에다가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수리해서 교회가 위탁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현재 활발히 운영중이다.
물론 여타 교회처럼 화요일에 ‘염산노인교실’을 운영하여 교제의 장도 열어 둔다. 또한 ‘은빛경로당’을 따로 운영도 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의 보건소와 협력하는 ‘염산은빛사랑교실’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해 주간보호활동을 진행한다. 염산교회의 어르신 사역은 복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과 취업을 모토로 실버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염산교회는 기존에 쓰이는 ‘주일학교’라는 이름대신 ‘미래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뭔가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라는 개념보다 다음세대도 구원과 선교를 위한 교회로서 성장하게 하자는 의도다. 기존의 교사라는 위치에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목양하는 위치에서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는 이로 함께한다. 현재 한국은 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강북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오래전의 명성을 뒤로하고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추수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김종익 목사는 말한다. “지금 우리 교회 옆에 초등학교도 현저하 게 학생이 줄었습니다. 몇명을 전도해서 인원을 채우는 자세에서 그들의 삶과 의식에 더 놀라운 꿈과 비전을 심는 자세로 다가가야죠.” 모든 세대를 놓고 건강하게 씨를 뿌리고 그 다음의 추수를 준비하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회와 마을의 공존을 꿈꾸는 ‘소금 길’사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뉴타운 바람이 불었다. 오랫동안 정들어 살았던 동네가 한 순간에 바뀌는 안타까운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를 스스로 묻고 고민했다. 고민하지 않고 개발의 논리도, 보존의 논리도 따를 수는 없었다. 염산교회는 현재 아직도 보존의 가치가 남아 있는 염리동 현실에 맞게 교회 사역을 서울시 디자인팀과 보조를 맞추면 좋겠다 싶었다. 그 결과 점점 밤길이 어두워지고 불안해지는 요즘, 낮에는 걷고 싶은 동네 마을길, 밤에는 안전하게 불을 밝히고 동네 주민 모두 지킴이 역할을 하는 마을길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름을 ‘소금길’로 부르기로 했다.
소금길 주변의 집들은 주인의 동의를 얻어 담장도 새롭게 색칠을 하고 지킴이 집은 노란대문으로 바꾸는 계획을 세웠다. 또 보안등과 안전벨을 설치하여 늦은 밤 시간 에도 불안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 길의 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할 듯해 지역 카페 두 곳을 계획하다가 그 중 한 곳을 교회가 감당하기로 하고는 교회 주차장의 일부인 팔각정을 카페로 내주기로 했다. 카페 자리를 교회가 내주고 운영을 하는 대신 건물 건축은 사회복지 공동기금으로 충당해서 동사무소에 소유권을 주는 방식이다. 카페는 지구대와 직통으로 연결하고 또 혼자 사는 단독세대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택배도 받아줄 수 있는 그야말로 마을 길의 허브의 역할을 감당한다. 서울시와 교회가 협력하려는 과정에서 서로 안 해본 일을 진행하다 보니 혼선이 있었지만 좋은 마을이라는 같은 꿈을 향해 협력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교회가 마을과 만나는 교류의 장을 형성한 것이다. 

이렇듯 염산교회는 자신의 자리에서 시대의 부름에 맞게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소금의 짠 맛 또한 잃지 않고 존재하는 정말 소금과 같은 교회로 지금도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마음과 소망에 한국 교회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염산교회
서울시 마포구 한서6길 17
02-717-9176 | yumsan.or.kr


인·터·뷰 염산교회 김종익 목사
하나님과 가깝고 이웃과 행복한 목회자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풍기는 김종익 목사. 교회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걸걸한 목소리에 두툼한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그는 전형적인 동네의 일꾼(?) 스타일.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느낀 그의 매력은 진득함이었다. 오랫동안 인내하고 교회를 섬기며 머무를 때와 떠날 때를 잘 아는 지혜로운 현인같은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재수를 하며 교회에서 숙식을 했었죠. 신학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아버지처럼 장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죠. 지금 분당의 창조교회 홍기영 목사의 아버지이신 홍신기 목사님께 세례를 받았죠. 새벽기도에서 베드로전서인가 후서인가 강해설교를 할 때인데 그때 기도하며 소명을 받았어요. 그해 장신대에 입학하고는 한경직 목사님의 장학금을 받는 은혜도 누렸지요.”
신학의 첫걸음을 디뎠던 그는 그 공부 과정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능제일교회와 안산제일교회를 통해 배운 선교학을 토대로 이 사회를 향한 선교적 방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염산교회에 담 임으로 부임하며 그 고민을 하나씩 풀어내며 답을 찾아가고 있다.
“염산교회가 이웃과 함께 라는 모토를 품게 된 것도 아마 제 고민의 답일 거예요. 정답을 아닐지 모르지만 답을 찾아 가는 아주 진지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교회 안에 있는 성도를 넘어 교회 밖 이웃을 향한 목회적 관심이 지 금의 김 목사를 지탱하는 아주 든든한 한 축이다.
“교회의 본질은 세상을 섬기는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표어를 바꾸지 않고 매년 ‘이웃과 더불어 하나님을 기뻐하는 건강한 교회’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웃이 좋아해줄 수 있는 교회, 우리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관계로 나아갔으면 해요”
대부분의 교회들은 한 곳에 정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들만의 굳어진 생각의 틀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을 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일수록 오히려 주변 이웃을 품고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성도들의 마음을 바꾸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세상의 소금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회자의 소명이 아닐까? 염산 교회가 지역교회에서 공동체적 교회로 전환해 가고 있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공동체 마인드를 세상의 소금으로 두었습니다. 공동체가 예배하기 위해서 이 언덕을 올라오고 또 염리동과 신촌을 섬기기 위해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지요. 10여 년을 지내오면서 한 일이 이것이에요” 하며 김 목사는 소탈하게 웃는다. 하나님과 가깝고 이웃들과 참 행복했던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다던 그의 고백에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목회자의 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