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동훈 | 4월의 책

지금껏 두 번의 채식을 시도했습니다.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에
게 고기를 먹지 않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비건’ 채식은 빵 하나, 라면 한 그릇도 편하게 먹기가 어렵거든요. 다른 사람의 메뉴 선택에도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요. 결국, 저는 육류와 조류만 안 먹고, 해산물, 육수, 달걀, 치즈 등은 먹는 ‘하급 채식인’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채식을 못한다는 자책감에, 어디 가서 채식한다는 소리를 하기도 민망했습니다. 채식인도, 육식인도 아닌 일종의 경계인이었지요.
이 책의 저자는 채식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어려운 목표를 세워 결국 채식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 자신이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는, 저와 같은 경계인이었습니다. 반가웠죠. 저처럼 사회에서 조금씩 타협점을 찾아야만 하는 ‘생활 채식인’이 쓴 책은 처음 만났거든요. 저자는 채소가 고기보다 더 맛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지도 않고(고기가 더 맛있다고 쿨하게 인정합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니지만, 논리적, 윤리적으로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이성의 존재인 인간으로서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저자의 논리에는 반박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책이 말하는 동물의 사육 실태나 도축에 관한 이야기는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동물은 ‘먹히기 좋은 시기’에 생을 마감하기에 기대 수명보다 훨씬 짧게 살고, 그조차 고통스럽게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요. 채식 관련 책을 아직 접해보지 않았거나, 혹은 접했음에도 채식이 너무 멀게 느껴졌던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저는 이 책과 함께 세 번째 채식을 시작했거든요. 물론 여전히 하급 채식인이지만요. 글 조선아(인터넷 서점 알라딘 마케팅팀)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 이봄

이 책의 주인공인 하야카와는 경품으로 받은 자동차의 주차 비용이 너무 비싸 시골로 이사갑니다. 그렇지만 텃밭을 가꾸거나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을 배달 시켜 먹죠. 대신 그녀가 도시에서 배운 것을 시골 사람에게 알려주고, 강습료를 받아 살림에 보탭니다. 주말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사오는 도쿄 맛집의 디저트를 먹습니다.
친구들도 처음엔 그저 하야카와를 보러 가는 정도였지만, 함께 숲을 거닐고 강에서 카약을 타며 보내는 주말을 점점 좋아합니다. 나중에는 친구들이 하야카와의 집에 전용 서랍장과 카약까지 갖춰두는데요,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기보다는, 역시 하야카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시골과 도시에 사는 하야카와와 친구들은 각자의 삶의 방식을 서로 존중하고,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시에서 맛보는 시골의 삶과 시골에서 맛보는 도시의 삶은 각자의 영역에서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삼림욕을 하고 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애도일기

롤랑 바르트 | 이순

프랑스 학자 롤랑 바르트가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쓴 애도의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출간을 위해 쓴 글이 아닌 쪽글을 엮어서 낸 책이라 바르트의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의 저서 <밝은 방>을 읽어 보셨다면, 이 책이 더 흥미로울 텐데요, <밝은 방>에서 제시하는 푼크툼(punctum)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푼크툼은 사진을 볼 때 본인만 느끼는 어떤 ‘찌르는 듯한 감정’을 뜻하는데요, 이 감정은 바로 바르트 어머니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애도일기>에 쓰인 어머니에 대한 그의 감정을 읽으며, 그가 어머니의 사진에서 느꼈을 ‘푼크툼’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진을 본 후, 사진과 관련된 책 작업을 시작한다는 메모가 이 책에 등장하기도 하고요. 마치 이후 예술 평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중요한 개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바르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 후 트럭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의 글들은 그의 마지막 글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들에 그가 겪었던 상실의 아픔, 그리고 거기에서 출발한 하나의 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보는 일은 제법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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