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한 체형인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에게 “왜 이렇게 많이 말랐어?”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나를 염려하는 인사의 말이겠지만, 하도 많이 듣다보니 그 이야기가 썩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최근에 고형원 전도사님을 뵈었을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호기 형제는 어떻게 나이가 들어도 배가 안 나와요?”
이게 고형원이다.

겸손히 노래하는 예배자
그는 언제나 다른 이의 약점보다는 좋은 점을 찾는다. 이 것이 내가 고형원을 존경하는 지점이다.
그에게서는 ‘겸손을 말하고 행동하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과시의 본능’ 같은, 무대에 오르내리는 사람 특유의 냄새를 도무지 맡을 수 없다. 조명 받는 자리에 익숙한 작은 모션 하나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는 오랜 시간 최정상에 있었으면서도 인기인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뭐랄까 ‘스타십(starship)’이라는 단어와 철저히 거리를 둔 성향과 영성의 사람이라고 할까.
‘음악’이라는, ‘인기’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도구를 가지고서도 그는 전혀 다른, 높고 좁은 길을 걸어온 셈이다. 언젠가 ‘어떤 예배 인도자가 가장 좋은 예배인도자인가?’라는 질문에, 너무나도 은혜롭고 아름다운 예배를 드린 후 ‘그런데 오늘 예배 인도자가 누구였지?’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인도자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배란 하나님만 높임 받는 것일진대, 수많은 목사, CCM 가수, 예배 인도자들이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대신 차지한다. 그들은 스타가 되고 박수와 환호를 받고 SNS의 팔로워도 넘쳐난다. 그러나 사역자의 본질에서는 한걸음 떨어져 있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고형원은 사역자의 본질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최고의 예배 인도자이자 음악 사역자다. 오랫동안 가장 존경하는 사역자 1순위는 늘 고형원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더 영향을 받은 사역자는 따로 있지만 ‘존경’이라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분은 고형원이어야 할 것만 같다. 그가 스캔들이 없었다거나, 영적 영향력이 대단하거나 타고난 은사를 지녀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아는 가장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잘 아시다시피 겸손과 온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밝히신 유일한 자신의 성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배 인도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유명한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예배자’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노래하다
그의 성품처럼 사역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화요모임, 찬양 음반, 신앙서적, DTS 등 한국의 초창기 찬양 사역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예수전도단에서 악보를 그리고 외국 찬양을 번역하다가 예배 인도도 맡아 한 곡 두 곡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다. 
최용덕 간사와 비슷하게 건축도라는 전공이 악보를 그리는 일로 이어졌는데, ‘예수’ 찬양집 시리즈의 손 글씨가 바로 그의 것이었다. ‘예수 우리 왕이여’, ‘우리는 주의 백성이오니’ 같은 명곡의 번역자도 그였는데, 예수전도단의 초창기 명반인 1~5집에는 그가 작곡하거나 번역한 곡이 꽤 많이 숨어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예배 운동이 태동하고 자리를 잡아가던 모든 순간에 그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CCM과 Worship 양쪽 모두 그의 영향력은 조용히 번져가고 있었다. 예수전도단 4집으로 발매된 박종호, 최인혁 듀엣 앨범의 ‘오 예수님 내가 옵니다’와 박종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나사로야 나오라’, ‘나의 영이’, ‘예수’ 등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나사로야 나오라’는 외국 뮤지션의 편곡과 연주로 더 빛이 났던 굉장한 스케일의 명곡이었고, 현재까지도 이만한 짜임새와 규모를 갖춘 곡이 많지 않다.
한국의 음악 사역에 대한 그의 기여와 영향력은 1998년 ‘부흥’에서 절정에 달한다. 음악 사역 역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숫제 한국 교회의 주제곡이 되어 버린 ‘부흥’은 하나님 앞에 머물러 산 그의 신실한 삶과 예배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한국의 음악 사역은 ‘부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이 앨범이 가진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찬송가가 아닌 노래가 모든 교회의 모든 예배 때 이렇게나 많이 불린다는 것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대예배(라는 용어에 불만이 많지만 관용적으로 쓰는 일요일 낮 예배)에서조차 ‘부흥’은 불렸다. 고형원의 노래는 목회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노래가 되었다. 번역한 외국 곡이 대부분이던 교회 안에 한국적 경배와 찬양의 가능성과 힘을 증명해 낸 것 역시 그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부흥’이후 한국의 CCM은 급격하게 쇠락한다. 시장과 교회의 대세는 ‘워십’이 되었고, 세상과 소통 가능성을 얘기하던 CCM 가수들이 너나없이 예배 인도자로 변신을 했고, 그들의 노래는 교회 안에서만 머무르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흥’의 성공은 어쩌면 그가 의도한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한국의 음악 사역을 이끌어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그는 ‘부흥’의 성공이나 CCM의 쇠락과 무관하게 더 세상과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흥, 노래하다
그는 예수전도단의 둥지를 떠나 새로운 공동체 ‘부흥 한국’을 일구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같은 민족의 아픔을 품고 북한을 껴안는 노래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된 계기는, 지난 대선에서 그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그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 단순히 하나님 나라를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꿈꾸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임하기 위해서 어떤 정치와 사회 문화 시스템이 필요한지, 어떤 지도자가 합당한 지를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행보와 대조적으로 최근 소향의 대중가요 음반에 수록된‘ 영원한 사랑’은 그의 곡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수성 풍부한 가사와 세련된 팝을 들려준다. 그는 여전히 감성과 영성, 모든 면에서 진화하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콘서트의 흥행과 음반의 성공과 히트곡의 저작권료와 대형 집회에 모인 군중의 규모와 SNS 팔로워 숫자와 무관한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소유가 아닌 사명으로 삽니다.”
그의 책 ‘부흥 예배자’의 서문에 쓴 글이다. 일반적인 음악가(혹은 음악 사역자)의 꿈과는 좀 다른 그의 세 가지 꿈을 옮겨 적어보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그의 따뜻한 미소와 고요한 목소리를 상상하며 나즈막하게 읊조려 보시길 권한다.
“첫 번째 꿈은 저의 예배 사역과 작곡을 통해 하늘의 마음을 노래하고 그 예배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어서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꿈은 하늘이 땅을 덮는 부흥을 보는 것입니다.
세 번째 꿈은 북한의 회복과 통일과 함께 우리 한민족이 열방을 섬기는 민족으로 거듭나서 마지막 때에 주님 오실 길을 예배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부흥, 비전,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주님 나라 임하시네, 파송의 노래, 땅 끝에서, 물이 바다 덮음 같이, 모든 열방 주 볼 때까지, 우리 함께 기도해, 그 날, 예수 이름이 온 땅에,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그가 만든 노래 제목만 열거해도 그에 대한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그가 만든 노래는 교회를 위한 것이었고, 예배를 위한 것이었고, 성도를 위한 것이었다.
이 땅의 회복과 부흥을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철저히 하나님을 위한 것이었다.

민호기|CCM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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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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