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Bernie, 2011)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 잭 블랙, 매튜 맥커너히, 셜리 맥클레인

할리우드에서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배우 중에, 잭 블랙을 대신할 만한 배우가 있을까? 이 배역을 다른 배우가 연기할 수는 있겠지만, 잭 블랙의 그것과는 아마 꽤 다른 영화로 완성 것이다. 배우 잭 블랙의 존재감이란 그런 것이다. 그의 행동, 표정, 작은 손짓 하나까지도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그 어떤 범주, 여기서부터 영화 <버니>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 천하의 루저에서 락 스피릿 충만한 악동 리더를 거쳐(스쿨 오브 락) 살인을 저질러도 마을 주민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기묘한 매력의 남자까지(버니), 편견과 관습을 깨는 ‘잭 블랙 연기’의 놀라운 설득력은, 어쩌면 그에게만 허락된 독특한 재능인지 모른다. 그 재능을 잘 이해하고 해석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만남은 <스쿨 오브 락>2003에 이어 두 번째인데, 명콤비 특유의 희비를 넘나드는 궁합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 카시지에 다정한 장의사 버니가 등장한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를 미심쩍어했지만, 마을의 대소사부터 장례식과 장례 이후 유가족의 정서적인 위로까지 꼼꼼히 챙기는 정 많고 사려 깊은 버니를 곧 인정한다. 한편, 마을에서 괴팍한 성질로 악명 높은 마조리 부인은 남편 장례를 계기로 버니와 가까워지고, 버니는 부인의 경제력을 빌어 자선사업을 하는 등 물질을 베푸는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머지않아 숨 막히는 마조리 부인의 간섭과 무리한 요구에 지친 버니는 그녀를 살해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체포된 살인용의자 버니를 진심으로 옹호하며 무죄라고 주장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1998년 한 잡지에서 실존인물인 ‘버니 티드’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고 기획했다. 사람을 죽이고도 마을 사람들에게 여전히 지지를 받는 한 남자,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이 독특한 실화는 단번에 감독을 매료했다. 형식적으로도, 비전문 배우인 카시지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혼재하는, 내용만큼이나 독창적인 구성이다.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죽인 가해자 버니를 두둔하고 있으며, 살해당한 피해자 마조리 부인을 비난하고 있다. 결국, 판단은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아있지만, 관객에게 이런 기막힌 상황의 버니가 과연 무죄인가 유죄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곤란하고 어렵다. 전형적인 코미디로 시작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무심히 던지고 끝나는 마성의 영화 <버니>. 우리의 삶에서도 글로 배운 사건의 결말과 문제의 정답은 때로 얼마나 어려운가. 예측불능의 카오스 같은 사연이 가득한 세상, 그래서 <버니>의 희한한 사연은 예상 외로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다. 글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 · 필름포럼 프로그래머)







빈센트 :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Vincent Wants to Sea, Vincent will Meer, 2010)
감독 : 랄프 후에트너
출연 :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카롤리네 헤어퍼스, 헤이노 페르치

투렛증후군(틱장애)을 앓고 있는 빈센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낯선 그곳에서 거식증으로 입원한 마리와 강박장애가 있는 알렉산더를 만나고, 셋은 요양원을 떠나 충동적인 여행을 시작한다. 정치가인 빈센트의 아버지와 요양원 원장이 이들을 뒤따르지만, 세 친구는 사진 속 빈센트의 어머니가 웃고 있는 이탈리아 바다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뜻밖의 갈등과 화해를 공유하는 세 친구의 로드무비. 실제 투렛증후군을 앓았던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가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아 화제인 작품이다.







언어의 정원
(
言の葉の庭, The Garden of Words, 2013)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테라사키 유카

짧지만 강렬한 감성의 애니메이션. 국내에는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비만 오면 수업 대신 공원을 찾는 타카오는 그곳에서 초콜릿에 맥주를 마시는 여인을 만나고, 반복된 만남을 통해 애틋한 감정을 키워간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 특유의 맑고 섬세한 그림체와 빛에 대한 사실적인 해석, 그리고 감성적인 서사가 풍요롭다. 이 작품과 더불어 오랜만에 그의 초기 단편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를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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