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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09-10 미디어 2.0 시대, 달라진 소통

미디어 2.0 시대, 달라진 소통 4 | 우리 시대 새로운 무리, 참여군중과 집단지성

 

2008년 촛불집회는 한국사회에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었다. 수동적인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비폭력 저항의 촛불을 들었고 우리는 그 중심에 서 있다. 당초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라는 이슈가 이렇게 큰 사건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5월 2일 청계광장에 모인 1만 명의 10대 집회에서 시작된 촛불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실험으로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집단지성으로 무장한 시민의 등장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달리 2008년 촛불집회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시민문화의 표현이자 민주주의 공론장의 실험소가 된 것이다.



자발적인 참여군중

이번 촛불집회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두드러진다. 참여군중(smart mobs)이 등장한 것이다. 참여군중은 칼럼니스트인 라인골드(Rheingold)가 정의한 용어로 무선 인터넷, 노트북, 휴대폰 등 첨단 전자통신 장비로 무장한 군중으로 정치·경제·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웹 2.0으로 표현되는 인터넷 방식의 시민운동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블로그나 UCC, 미니홈피 등 웹 2.0적인 방식의 활용은 시민들을 네트워크로 연계하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지난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과 2004년 탄핵반대운동 이후 누적된 인터넷 토론과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누적된 결과이다.


행동하는 집단지성

둘째, 개별적인 참여가 아닌 네트워킹된 집단적 참여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이번 집회에는 인터넷에서 형성된 사이버 커뮤니티나 지역별 동아리 모임, 카페 등의 조직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사이버 커뮤니티는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가기도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돈을 모은다거나 후원의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힘은 집단지성으로 발전했다. 과거 지휘자와 추종자가 사라지고 누구나 같이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탐구하는 방식의 시민운동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이버 커뮤니티의 경우, 자발적으로 인터넷에서 토론과 모금을 해 신문에 광우병 반대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자발적인 사이버 커뮤니티가 깃발을 들고 온라인 공간만이 아닌 촛불집회로 뛰쳐나갔다. 또 다른 편에서는 일부 보수적인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에 항의전화와 메일을 보내거나 구독거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누가 강제한 것이 아니고, 집단 내에서 토론하고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집단지성의 위력이다. 집단지성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결정되면 그 파괴력은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터넷 집단행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방식이 될 것이다.


1인 미디어의 힘

셋째, 웹 2.0 방식 미디어인 ‘1인 미디어’이다. 웹 2.0 방식 미디어는 ‘스트리트 저널리즘(street journalism)’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첨단 정보통신기술로 무장, 와이브로 인터넷과 카메라를 접속하여 노트북을 이용해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새로운 시민참여 기자 또는 거리의 기자들의 등장인 셈이다. 1999년 시애틀 WTO 반대 운동에서부터 나타난 시민 기자들은 시위대를 보호하기도 하고, 기존 주류 미디어가 보여주지 못하는 내용을 보도해서 네티즌들과 소통한다. 2005년 런던 테러사건이나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에서의 활약은 이들이 새로운 저널리즘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웹 2.0의 참여·개방·공유의 정신이 정보를 가진 시민들(informed citizens)과 결부되면서 나타난 하나의 미디어 현상인 것이다. 이들의 활약상과 시청자 수를 보면 더욱 놀랍다. 6월 1일, 서울광장 촛불집회에서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http://www.afreeca.com/)는 1,357개의 1인 개인 방송국에서 생중계했다. 시청자 수는 127만 명에 달했다. 즉, 문화제에 참가하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같은 생각을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의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참여군중의 위력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각종 블로그나 UCC 등에 문자나 게시글로 중계되는 것까지 합한다면 웹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가 2008년 촛불로 인해 정치·사회·미디어 영역에서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문제제기가 네트워크에서 더욱 확산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의 2008년 촛불의 경험은 민주주의 발전에 여러 반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송경재|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인터넷과 관련된 정치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사이버 공동체와 민주주의> 책을 썼고, 각종 학회지에 인터넷 정치와 관련된 논문을 20여 편 발표했다. (blog.naver.com/skjsk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