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08 09-10 미디어 2.0 시대, 달라진 소통

미디어 2.0 시대, 달라진 소통 3 | 웹 2.0 시대, 소통의 주권이 달라지고 있다

2008년 상반기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는 단연 ‘촛불’이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에 맞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며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소통’, 혹은 ‘민주주의’다. 촛불은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대안적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소통의 중심 ‘대중’

그렇다면 온 사회에 ‘소통’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번 촛불의 진정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언론에서 이야기하듯 촛불 물결 속을 누비던 디지털 기술의 등장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고라’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진화와 디지털 기술(장비)의 보편화라는 과학기술 발전의 배후에는 ‘대중의 인식과 위상 변화’라는 더 거대한 메가트랜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2007년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힘의 이동’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를 쥐고 흔드는 약 1200개의 핵심적 글로벌 기업과 언론사, 단체들이 참가한 이 포럼의 네 개 토론 분야 가운데 두 분야의 핵심 화두가 개인과 소비자의 변화, 이를 매개하는 웹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의 역할로 집중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는 웹2.0과 관련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가 하면, ‘롱테일 경제학’이라는 이론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외의 다양한 관심의 중심에는 바로 ‘대중’이 자리하고 있다. 그저 보잘 것 없는 존재들로 여겨지던 ‘개인’들이 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2008년 5월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계기로 분출된 것이 바로 도심의 어둠을 밝힌 ‘촛불’이었다. 국민(대중)의 뜻에 반하는 것은 그것이 기업의 결정이든, 정부의 선택이든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공유·개방·참여의 시대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소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소통의 쇄신을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뼈저린 반성’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이후 정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이는 현 정부가 여전히 소통을 사고하는 데 있어 ‘정보 전달 방식’과 ‘의견 수렴’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수용하는 데 머물지 않을 뿐 아니라, 단순히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는 데 만족하고 있지 않다. 대중은 이미 수많은 정보에 접근해 올바른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직접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지향과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논리만을 강요하려 들거나 ‘결정은 내가 한다’는 식의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흔히 ‘공유 개방 참여’를 웹2.0의 대표적 가치로 꼽는다. 이 추상적인 표현들을 조금 풀어서 얘기하면 ‘대중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 권한을 개방하며 편리하고 자유로운 참여 공간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존의 방식, 즉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존해 생산하는 것보다 더 우수한 가치들을 생산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제껏 정보와 결정 권한은 기업과 정부의 몫이었고, 대중의 참여 공간은 기껏해야 게시판 정도였음을 떠올린다면 변화의 방향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혹시 우리 교회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와 권한은 없는지, 그리고 교인들이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돼 있는지 돌아봐야할 때다. 웹2.0 방식으로 만들어진 불과 6년 역사의 웹 백과사전 위키피디아(http://ko.wikipedia.org)는 230년 전통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권위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새로운 소통은 더 이상 가까운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윤찬영|‘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미디어팀장이다. 새사연(saesayon.org)의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