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적자생존 법칙대로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시달리는 우리에게 ‘협동’, ‘연대’, ‘공생’과 같은 말은 마음 안정효과가 있다. 201 2년 1 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한 이후, 9개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2,530여 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이같이 뜨거운 관심은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던 것일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협동조합은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모범답안일까?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이 생활의 필요성에 따라 조합을 구성하며 조합원들이 투자자가 아닌 사용자로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영리가 주목적인 기존의 기업과 달리, 사람 간의 연대와 협동,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조합원 간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5인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작년부터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은 마을 단위나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특히 취업의 기회를 얻기 힘든 청년층이나,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는 노년층, 출산·육아 때문에 기존의 직장을 벗어난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얻고, 전문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받는 대안이 된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도 한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특별히 공동육아, 돌봄, 보건의료, 주택, 전통상인 및 소상공인, 베이비부머, 비정규직 노동자 등 7대 전략 분야의 협동조합 설립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이 만병통치약인가
이러한 협동조합을 평가하거나 비판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서울시가 주체한 협동조합 콘서트에서 김태희 씨(서울시 사회경제정책 과장)는 협동조합 설립자 가운데 90%가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협동조합 붐이 일면서 인터넷 블로그나 신문기사에는 성공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그들의 사례는 협동조합의 모태를 이루는 기초틀을 수년 동안 지속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조합원들 간의 협동과 연대에 대한 가치를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공유하며 그 만큼 시행착오도 겪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는 아래 도약할 수 있다. 무조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협동 없는 협동조합이라면

또한 협동조합이 또 다른 경
쟁을 낳지는 않을까. 협동조합의 원칙 중에 ‘협동조합 간의 연대’가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도 결국 하나의 사업체로서 수익성을 추구하고, 시장경제 체제 안에서 존속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넓게 본다면 협동조합 사업체를 여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영세 상인들에게는 위협요소가 될 수 있으며, 그들끼리도 독점이나 기득권의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생긴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체들은 다시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결국 협동의 의미와 본래 가치, 지역 공동체 복원의 목적을 놓치고, 여느 기업과 다를 바 없이 경쟁의 선로 위에 다시 서는 셈이다.


협동조합은 희망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재화나 서비스
를 이용하는 데에 가격도 낮춰지고, 소비자와 제공자 상호 간의 신뢰도 생기고,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와 사회의 복원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엄연히 사업체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에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출자금도 날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그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손실은 크나큰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나 계획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조합원들 스스로 교육을 통해 단련하지 않는다면, 경영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회에 협동정신이 바탕을 이루어야 함은 물론이며 국가적 차원에서 재정 지원, 컨설팅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단기간에 자본주의의 갈증을 해결하는 오아시스의 물 한 모금이 아니다. 부디 지속 가능하기를 바란다. 글 박윤지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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