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외국이나 대중 음악계처럼 우리 CCM에도 좋은 아티스트가 많이 있고, 또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해주는 마니아 층이 두터울 거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긴 하나, 문제는 내가 되짚는 90년대와 지금은 너무 많은 게 다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황이 달라진 게 문제가 아니라 바라보는 관심과 초점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버렸다는 점이다.


CCM 어디쯤 서 있을까
해를 거듭할수록 필자의 감상 젖은 회고는 CCM과 한국 교회에 그리 유익될 게 없는 혼자만의 추억 팔이에 그쳐 버릴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시장이 붕괴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예배음악이 주류를 이루며 어느샌가 밀려나버린 CCM.
공을 들여 만든 CCM 음반도, 제대로 기획된 CCM 공연도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성도들은 늘 가까이 듣고 부르는 워십(Worship Song이 바른 말일 듯하지만 국내 통용하는 말을 사용하기로 하자) 때문인지 CCM의 빈자리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워십의 부상이 CCM의 침몰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1차적 책임은 CCM과 CCM 사역자 스스로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고, 그 다음이 한국 교회의 특성이나 크리스천의문화 인식 등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워십과 CCM은 같고도 다르다. 둘은 제로섬(Zero Sum)의 관계가 아니라 윈윈(Win Win)의 관계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 둘의 시너지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우리 시대와 한국 교회의 불행이다.


CCM과 워십 송, 그 관계
아주 뛰어난 음악성의 CCM 가수가 훌륭한 예배 인도자가 될 수 있고, 신실한 예배 인도자 역시 수준 있는 CCM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워십이 예배에서 회중들의 고백으로 함께 불리며 강력한 능력이 드러난다면, CCM은 따라 부르기는 쉽지 않지만 회중 찬양이 다루기 힘든 더 깊은 주제와 메시지를 더 수준 높은 음악으로 표현해 준다. 이 상보적 선순환이 교회음악과 예배, 우리의 신앙을 풍요롭게 한다.
단적인 예로 필자가 만든 노래의 가사를 비교해보자. 
하나는 워십이고 하나는 CCM이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이 쓴 가사가 중학생과 대학생이 쓴 글의 차이만큼이나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이 두 노래는 서로 다르게 기능한다. 워십은 회중 찬양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가사와 음악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호황을 누렸고 눈부신 발전보다는 안정적인 정체를 외려 당연시했다. 스스로 음악적으로 더 엄밀해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고 스타일의 파격이 예배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지레 겁을 먹기도 했었다.


워십 음악이 맞아야 할 오늘
세계적으로 워십 음악과 아티스트(예배인도자)들은 이미 거대한 한계 앞에 서 있다. 
긴 목줄을 매어놓은 강아지처럼 신 나게 뛰어놀았으되 울타리를 넘으려 하니 줄이 끝까지 풀려 버려 더 이상 달려 나갈 수가 없어진 거다. 요즘 나오는 워십들은 좋지가 않아 오히려 예전 곡을 선곡한다는 예배 인도자들의 토로를 자주 듣기도 한다. 
CCM과 함께 달려오지 못한 한국의 음악 사역은 곧 이전보다 더 큰 벽의 존재를 절감할 것이다. CCM 시장이 궤멸된 것처럼 워십의 수요 또한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예전만큼 예배 모임을 찾는 이나 신곡을 기다리는 이들의 수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한국 교회에 좋은 CCMAKER들이 많이 나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누구나 함께 부르고 고백할 수 있는 워십도 많이 만들고, 따라 부르기는 힘들지만 귀 기울여 들었을 때 웬만한 설교나 신앙 서적 한 권의 무게감에 뒤지지 않는 CCM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워십과 CCM의 구분과 경계가 무의미한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예배와 콘서트를 넘나드는 사역자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하늘과 땅을 잇는, 교회와 세상을 잇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과 그 사람의 속사람을 잇는, 아름답고 견고한 다리와 같은 노래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CCM이 Contemporary Christian Music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Contextualized Christian Music이 되어,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선지자적 노래로 성찰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이전’보다 ‘다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음
에, 부끄러웠던 연재를 일단락하려 한다. 지난 아름다웠던 기억과 유산을 고이 품고 저기 저 좁은 길을 향해 성큼 한발을 내밀어 본다.


민호기|CCM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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