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 금세 어두워지는 하늘. 벌써 한 해가 저무는가 싶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다. 끝없는 분주함으로 나를 내몰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가 잠깐의 틈이 생기니 이 모양이다. ‘무슨 계획을 세워볼까? 어떤 걸 해볼까? 이걸 다시 시작해봐?…’ 내 머릿속은 다시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음속에서의 울림은 무시한 채….


예배와 사역의 주객전도

지독하게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멋진 장소에 있어도 좋은 음식을 먹어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그때. 터덜터덜 걷는 내 등 뒤로 어떤 권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왜 저런대?”

거절을 못하는 성격 탓에 주일학교 교사며 성가대에 리더까지 맡아 쉴 새 없이 뛰어 다녔던 시절. 주변의 믿지 않는 친구들은 교회 일에 바빠 짬을 내기 힘든 내게 ‘연예인’, ‘배 집사’ 하며 틈만 나면 놀렸다. 그쯤이야 교회에서의 사역을 감당하는데 따르는 작은 핍박(?)이라 여겼던 나는 더욱더 교회 일에 열심을 다했다. 매 주일마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릴 정도로.

그러나 차츰 주객이 전도되어 예배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행사와 프로그램 준비에 매몰되는 일이 잦아졌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 받는 일도 생기고, 자신감과 의욕은 사라져갔다. 교회에 가는 것이 어느새 고된 노동처럼 느껴지면서 책임감과 의무감에 짓눌려 아무런 기쁨도 찾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바닥과 직면하고 나서야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땐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만이 사역할 수 있다는 착각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만이 이 사역을 감당할 수 있고, 내가 뭔가를 이루어내겠다는 생각만큼 어리석고 교만한 일은 없다는 것을. 물론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꾸 뭔가를 함으로써 나를 드러내는데 집중하다보면 끝내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내 존재의 이유를 공동체에서의 어떤 역할로 규정짓다 보면 그 역할이 무너질 때 나도 함께 쓰러지고 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다가 유성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유성은 순간적으로 반짝일 수는 있어도 결국은 소멸되고 만다. 사역의 중심에 하나님이 없는 사람들, 일만 죽어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뿐이다. 힘든 사역에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교회로 옮기기도 하고, 하나님 곁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그들의 영적인 갈증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교회의 새로운 일꾼들을 뽑는 시기가 돌아왔다. 일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나 내 만족을 위해 선택하는 일은 자제하자. 사라져가는 유성 같은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빛을 내는 항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먼저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쏟아지는 일과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 속에서 주님이 잊지 않으셨던 것은 혼자만의 기도시간이었다.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셔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사랑으로 섬김의 자세를 보여주셨던 주님. 그분을 닮아가기엔 우린 모두 너무나 부족하다. 이제는 내가 아닌 전능한 하나님이 일하시게 하자.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배성분ㅣ오랜 청년부 임원을 내려놓고 쉼 속에서 서서히 나를 찾고, 발견하는 중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특별하고 소중한 나.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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