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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TV 상자 펼치기

폭탄 같은 웃음, 단비 같은 위로 MBC <무한도전>

출처 : MBC홈페이지


명랑사회 구현을 위해, 특히 이 시대 최대의 화두인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대화할 진지한 자세. 두번째,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휴대폰. 그럼 마지막은? 적어도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TV 프로그램 정도는 봐줘야 한다. 바로 MBC <무한도전>이다. 언제 시작했는지조차 까마득한 먼(?) 옛날,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이란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이래, 도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출연진들이 모여 글자 그대로 ‘무모한 도전’ 만 하던 프로그램이었다.

도전한다, 고로 진화한다
소하고 줄다리기를 하지 않나, 컨베이어 벨트에 대항해 연탄을 맨손으로 나르지 않나.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 속에서 당시 게스트로 출연했던 배우 차승원은 불후의 명언은 아니어도 의미심장한 멘트 하나 날린 바 있다. “대체 내가 여기 와서 왜 이 짓을 해야 되는 거야.” 미션에 실패하고 나면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하는 MC 유재석의 멘트에-이 말에는 故 이주일 씨의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비슷한 울림이 있다-“네가 왜 미안한데?!”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던 그 황당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방송으로부터 어느 새 4년의 시간이 지나 나름 세련된 개그로 승화된 <무한도전>은 이제 ‘진화하는 버라이어티’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최근의 특집들을 돌아보면 <무한도전>의 행보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고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패러디하면서 웃음 속에 사회이슈를 녹인 ‘여드름 브레이크’나 창작력과 수익모델의 고갈로 허덕이는 우리나라 음반시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취지로 열린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등은 예능프로가 점점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덧붙여, 해마다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무한도전 캘린더’의 수익과 2년 전 열린 ‘강변북로 가요제’, 얼마 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의 음반판매수익이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는 건 또 얼마나 훈훈한 소식인가.

웃으며 즐기는 사이, 깨닫게 되는 사회문제
예능 프로그램이 ‘TV=바보상자’ 라는 도식을 고스란히 반복할 거라는 편견은 이렇게 하나하나 극복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공익성 예능 프로그램이 이웃에 대한 배려나 공중도덕 준수라는 사회의 미덕에 초점을 맞췄다면, <무한도전>은 예능이라는 틀에 최대한 부합한 형태로 자신의 주제의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회문제를 다룬다. 그 한 예가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이다. 이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300만원을 얻기 위해 행하는 게임들을 통해 재개발 문제와 그 안에서 빚어지는 약자의 문제를 다루는 실험을 한다. 멤버들이 시종일관 뛰어다니던 모든 공간들-남산시민아파트, 동대문아파트, 소래포구, 만석부두등-이 재개발될 곳들이고, 이를 시청자들이 하나하나 찾으면서 프로그램의 메시지(재개발 보상금이 고작 300만원이었다는 등의)를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웃음이나 시혜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이 외면해 왔던 문제를 자각하며,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다시 제작진과 소통하는 순환과정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무한도전>을 ‘진화하는 버라이어티’라고 부르는 이유다. 도통 웃을 일 없는 우리네 일상에 빵빵 터지는 웃음거리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물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세상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줌으로써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는 건 가뭄에 단비 같은 위로다. <무한도전>이 앞으로 끊임없변화할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