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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TGiF 시대의 선교, 그 가능성과 한계

선교는 소통하는 것이며, 소통을 기본 철학으로 한다. 나 혼자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며, 나를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열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버림으로써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역설적인 논리에 근거한다. 소통하려는 내용인 복음이 원하는 삶에 타자와 더불어 적극 참여하려는 노력이 선교이다.

기독교, 소통의 기술
기독교는 이미 초기단계부터 소통의 기술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경은 구전과 기록, 그리고 신약 성경의 많은 것은 서신이라는 일반적인 소통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1445년의 구텐베르크에 의한 금속활자 발명과 그 후에 이뤄지는 인쇄기술의 발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수도원과 교회였고, 그 후로 성경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었다. 신앙의 근거를 제공하는 성경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유될 수 있게 되면서, 심지어 종교개혁도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에서 최초의 민영 방송은 1954년에 설립된 기독교 방송국이었으며, 2년 후인 1956년에는 극동방송이 개국하였다.
책이 소통의 중심에 있었을 때 기독교는 문서선교에 심혈을 기울여 기독교 출판시장은-다소 예외가 없진 않겠지만-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욱 활발하고 전망이 밝다. 영상문화가 소통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던 시기에 교회는, 주로 교회 내의 시설을 갖추는 데에 치중함으로 교회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영상문화 개발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소통하기 위한 몸짓에는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최근 기독교인 감독에 의해 제작되는 영화는 비록 대중적인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소통을 위한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전망하게 한다. 기독교적 영화보기에 대한 관심은 영화전문가들 못지않다. 기독교 전문리뷰의 장이 웹상에서나 잡지에서 고정코너로 마련될 정도로 그 어느 분야보다 더욱 앞서 있고 공급과 수요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기업들의 속도를 따라가거나 앞서나가지는 못하지만, 개발된 기술들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다른 어떤 제도에 뒤지지 않는 수용력을 보이고 또 활용능력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곳은 교회이며, 그 추진력은 선교에 대한 열정이다.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디어 철학자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시대의 변화와 미래를 읽어내는 하나의 정보요 메시지라고 주장하는데, 새로운 매체의 개발이 선교의 패러다임 변화에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선교 패러다임은 시대의 중심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오늘날 시대의 추동력이며 아이콘이 되는 미디어는 T(witter)G(oogle)i(-Phone)F(acebook)으로 회자되고 있다. 미국인들이 금요일이면 외치는 Thanks God, its Friday!의 이니셜을 비유적으로 조합한 TGiF의 핵심은 소통 방식의 변화에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를 가능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이제 공간에 매이지 않고 어디서든 자유로운 소통을 즐길 수 있다. 기술은 점점 복합적으로 종합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간편해지고 있고, 편리해지고 있으며 또 더욱 총명해지고 있다.
과거에 비추어볼 때 소통방식의 변화는 직접적인 만남보다 매체를 통한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또한 불특정 다수가 소통하는 길을 넓혀주었다. 선교를 위해 이동해야만 하는 수고가 덜어졌다. 공간과 시간적인 한계가 극복되었다. 정보통신기기만 있으면 어느 지역에 있든, 어느 시간대에 있든, 또 어떤 계층의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편리하고 간편하게 그리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 과거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은 교회는 새로운 시대, 곧 유비쿼터스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선교의 방식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공식적인 통로가 막혀 있는 지역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정보 홍수로 인한 고통의 대안
그러나 유의해야 할 사실은 미디어 발달이 가져오는 예기치 않은 변화들이다. 예컨대 TGiF의 시대는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들도 새로운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익한 정보라고 오는 것들이 너무 많은 곳에서 발신되다보니 정보가 스팸이나 쓰레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종교적인 노력은 미디어를 통한 선교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의도되지 않았던 부정적인 결과들이 야기될 수도 있다. 과거 자동차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성도들의 교회 이동은 언제나 지역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자동차는 장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한편으로는 넓은 지역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안의 성도들이 지역을 떠나기도 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교회의 소식들과 설교들은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위한 동기 부여를 해주었고, 자동차는 먼 거리에 있는 교회의 교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새로운 방식의 소통기술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소통을 가능하게 했지만, 또한 그로 인해 성도들의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 시대의 작은 교회들은 추풍낙엽이나 마지막 잎새와 같다.
TGiF로 표현되는 소통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소통 내용과 소통 대상의 다변화로 이어진다. 소통은 더욱 원활하고 쉬워지지만 과잉정보와 쓰레기 정보들이 넘쳐날 것이다. 과거 소통의 중심 영역에 있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분산될 것이며, 교회가 제공한 것보다는 어쩌면 더욱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인 것들에 관심을 돌릴 것이다. 그러므로 소통 기술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훨씬 값진 것은 교회 자체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들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본이 요구되는 소통기술개발에 있어서 교회는 결코 세상을 따라갈 수 없다. 시대에 부응하는 선교방식을 추구해야 하겠지만 정보 홍수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회가 개발해야 할 것들
미디어를 통한 정보는 비인격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친밀한 관계를 지향하도록 애써야
하며, 광장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와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대형교회들은 이미 이런 일들을 시작하고 있지만, 중소형 교회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대형교회는 자기교회 홍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선교적인 연대의식 속에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투자하고 또 중소교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 시장은 상업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받고 있고, 최근에는 국가 간의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어서 선교를 위한 필수인 기기의 공유가 힘들어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TGiF를 이용한 선교는 당분간은 발달된 미디어 기기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될 수 있었듯이(예컨대 디지로그), 첨단적인 통신문화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노력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
사실 아직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많다. 그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소통기술로 소통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기기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선교는 단순히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복음이 전달될 수 있기 위한 길을 닦아놓는 일이기도 하다.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글을 가르쳤듯이, 전파매체를 이용한 선교를 위해 그곳에 건전하게 운영되는 방송국을 세우는 것도 하나의 선교활동일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교를 지향할 때 컴퓨터와 통신기기의 보급을 위한 노력은 선교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 글 최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