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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3-04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2 l 삶을 반올림하는 ‘소리’ 문화 교육


삶을 반올림하는 ‘소리’ 문화 교육
노래하는 아이들 뮤지컬 공연  ‘꿈꾸는 샵&플랫’ 프로젝트

필자는 2년 전부터 ‘꿈꾸는 샵&플랫’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 안팎에서 교육과 문화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만나오고 있다.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건 다양한 소리문화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아이들이 음악을 보다 쉽고, 가깝게 느끼도록 <악기와 만나다>, <리듬공장 무지개 식당>, <노래하는 아이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그 프로그램들에 담겼던 의미를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1. 아이들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음악을 듣고 즐긴다는 것은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음악을 나누고 즐기면서 그 안에서 배움이 물처럼 스며드는 만남을 꿈꾸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악기와 만나다>가 여섯 걸음을 걸었다. 그 여섯 번의 만남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악기들을 만나고, 음악을 연주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감을 나누면서 음악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직접 듣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아이들은 어렵고 지루한 줄 알았던 클래식 음악, 악기와 한 뼘 친해졌다.

#2. 말을 배우기 전부터 유아들은 소리에 반응한다. 누구나 몸속에 자신만의 리듬과 소리를 품고 있다. 유아들은 그 리듬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박제된 지식으로 음악을 만나게 되면 그 리듬은 미처 고유한 색깔을 내뿜기도 전에 숨어버린다. 또한 사회적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일찍부터 자신의 감각과 리듬을 잃어가기도 한다. 유아였을 때부터 몸 안에 흐르고 있는 자신의 고유한 리듬을 되찾아 다른 사람들과 즐기기를 바라며 <리듬 공장 무지개 식당>을 열었다. 아이들은 두드림으로 잠들어있는 자기 안의 리듬을 깨우고 그것을 공동의 음악으로 즐겼다.

#3. ‘노래를 어떻게 부르지?/나는 친구들이랑 부른다./왜?/재미있으니까!/나는 즐겁게 부른다.’ 한 아이가 자신의 배움일지에 남긴 짤막한 시다. 목소리는 인간이 소유한 가장 훌륭한 악기이다. <노래하는 아이들>은 그 목소리를 가지고 아름다운 화음여행을 해 왔다. 좋은 합창은 각자의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화합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음악적 재능과 상관없이 함께 즐겁게 노래하는 음악적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경청하고 배려하는 음악을 만났다. 긴 음악여정 속에서 아이들은 하모니의 개념과 철학을 자연스레 익혔다.


제공:결


문화적 소외와 빈곤에 눈을 떠야

예술이 우리네 삶에 꿈, 즐거움, 긍정적 에너지 등을 불어넣어 주듯, 음악을 통하여 교육.문화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에게자신의 감각과 리듬을 일깨우는 문화적 학습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꿈꾸는 샵&플랫’은 시작되었다. 날로 심화되어 가는 양극화 해소가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양극화 문제에 있어서 ‘문화 복지’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의 결과인 물질적 풍요와 함께 삶의 질에 균형을 맞춰 줄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은 문화 격차를 낳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또 이러한 격차는 빈곤을 재생산하는 요인으로 상호작용한다. 경제적 이유로 부모로부터 방임 방치된 아이들의 경우 문화적 역량을 기르는 데 가정이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종종 가정이 빈곤문화를 학습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학교 또한 알다시피 입시중심의 교육현실과 맞물려 그 아이들에게 문화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듯 성장과정에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문화의 양적.질적 향유를 확대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체 속에서 이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소통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문화는 단지 향유의 차원을 넘어 자아정체성과 맞닿아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제공:결


배움과 성장의 앙상블을 위한 노력

따라서 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은 이들의 특성에 맞게 계발, 제공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사회 안에서 이들과 관련된 시설에 대한 특화된 지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소리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특화된 꿈꾸는 샵&플랫은 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눈여겨보는 하나의 사례이다. 지역아동센터(공부방)는 지지기반이 취약한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돌봄과 배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이 지역사회 안에서 비단 사회복지 차원뿐만 아니라 문화 복지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의 주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음악적 언어, 샵(#)과 플랫(♭). 이 언어들은 음악적 긴장을 유지시키며 음의 변화와 양보를 이끈다. 그리고 이런 변화와 양보가 오케스트라의 조화와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음악을 하는 이들이 도도한(?) 시선을 반음 내려 음악적 관계맺음을 통해 사회취약계층 아이들의 삶을 반음 올리는 ‘배움과 성장의 멋진 앙상블’이 더 멀리 울려 퍼지길 희망해 본다.

교육문화공동체 ‘결’
www.gyeol.org
062-432-1318


박형주|교육문화공동체 ‘결’ 교육연구팀장. 기획자이자 프로그래머인 그는 광주에서 교육문
화생태계 조성에 관심을 갖고, 사람이 지닌 본연의 결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를 기획하고 교육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