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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3-04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3 l 예술꽃을 피우기 위해 파릇파릇 움트는 아이들


예술꽃을 피우기 위해
파릇파릇 움트는
아이들

예술꽃 씨앗학교 _ 부산 금성초등학교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금성초등학교는 전교생 109명의 작은 학교다. 산 속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불과 4년 전만 해도 학생 수가 적어 폐교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몇 년 새 도시에서 전학을 온 학생들만 60명이 넘는다. 학부모들은 보내고 싶고, 아이들은 가고 싶어 하는 학교. 그 특별한 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오늘 3교시는 아주아주 재밌는 관현악 수업이다. 나는 2교시부터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해보고 싶었던 해금이다. 저번주는 가야금과 아쟁을 배웠는데 아쟁과 가야금도 아주 재밌었다. 오늘은 해금은 그냥 소리를 내고 한 손가락을 넣고 왔다갔다도 하고, 강아지 소리 “ 멍멍”도 해보았다.
- 4학년 이호의 수기

지금 6학년들이 하는 무용, 우리들이 하는 무용은 발레 등이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진짜 좋은 것 같다. (중략) 하지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무용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우리 모둠이 협동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의견을 안 낸다고 짜증냈던 형승이. 이제는 우리의 의견도 잘 들어주고, 잘 활동해서 우리 모둠의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 6학년 임혜수의 수기 중 일부 발췌


직접 체감하는 공부 ‘예술꽃 씨앗학교’
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예술꽃 씨앗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의 수기 중 일부다. 금성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관현악뿐만 아니라 국악, 목공, 무용 등 다양한 문화교육 수업을 듣는다. 각 과정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외부에서 온 전문강사들. 무용 수업을 진행할 때는 무용 강사가, 미술 수업을 진행할 때는 아동미술교육전문가가, 관현악 수업을 할 때는 소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공연을 감상하고, 지휘를 배워 보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예술교육 우수학교 지원사업인‘ 예술꽃 씨앗학교’(전국 총 10개 학교)로 지정됐기 때문. 문화예술 교육 및 향유의 기회가 대부분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편중된 상황에서 ‘예술꽃 씨앗학교’ 육성 프로젝트는 이 학교 아이들에게 풍성한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되어주고 있다. 감성이 풍부한 초등학교 때부터 문화예술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 이를 위해 학교는 4년 동안 매년 1억 원씩을 지원 받아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의 진면목은 매일 이루어지는 수업에 있다. 보통 초등학교 학생들은 40분마다 바뀌는 과목들을 일방적으로 듣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과목들을 통합한 체험학습을 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주제로 무용을 통해 신체표현을 함과 동시에 음악 교과를 접목, 리듬감과 음악적 요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국어 수업까지 하는 주제 중심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은 직접 체감하는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수업에 더 몰입하게 되고 공부가 재미있어졌다고 이야기한다고.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공: 금성초등학교


지리적 소외감이 예술적 자신감으로
이런 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금성초등학교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일반 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의 학생들이 30명 내외인데 반해 금성초등학교에 경우 18명 정도로 교사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교육여건이 된다는 것과 2005년 부터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델로 교육 과정에 대한 여러 시도를 하는 등 차곡차곡 내실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이 곳 아이들이 지리적 위치 때문에 겪어야 했던 문화 소외는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마음마저 움츠려들게 했었다. 문화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도교사인 최윤철 선생님은‘ 예술꽃 씨앗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점차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 교육은 지식교육의 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쉼 같은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에 만족하면서 아이들의 자기존중감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자유롭고 건강하게 표현할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좋은 토양을 제공받은 금성초등학교 아이들은 오늘도 저마다 숨겨진 예술적 씨앗들을 파릇파릇 움틔워 가고 있다.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