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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3-04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문화나눔, 새로운 희망 4 l 노래가 희망이 되어, 삶을 노래하네


노래가 희망이 되어, 삶을 노래하네
지라니합창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오오~” 검은 피부에 썩 잘 어울리는 노란 재킷을 맞춰 입고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애절한 가사를 참 귀엽고 즐겁게 불러내는 해맑은 아이들. 아마도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이어 도라지 타령에서는 귀여운 춤까지 선보여 슬며시 발장단을 맞추게 된다. 사랑스러운 이 케냐의 아이들은 낯선 한국의 민요를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아름다운 화음으로 불러냈다. 올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지라니합창단은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전국 10개 지역에서 총 24회 공연을 소화해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사랑과 환대를 받았고, 많은 언론 매체에 소개돼 화제가 되었다. 공연을 본 사람들은 케냐에서 온 26명의 아이들의 완벽한 화음에 감동을 느꼈고,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는 희망을 보았다.


임태종 목사

이들이 사는 곳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자리한 슬럼가 고로고초마을. 일 년 내내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와 먼지로 뒤덮
여 있다고 하여‘ 쓰레기’를 뜻하는 스와힐리어(현지어)인‘ 고로고초’가 마을의 이름이 된 곳이다. 약 10만 명 정도의 이곳 주민들은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아 팔거나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매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아이들의 1/3 정도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고픔에 쓰레기장을 배회하며 먹을 것을 찾거나 본드와 마약에 취해 살기도 한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없다보니 악보는커녕
글자도 못 읽던 아이들에게 노래를 하게 한 사람은 지라니문화사업단장 임태종 목사. 그는 왜, 그리고 어떻게 아이들을 노래하게 만들었을까?


노래, 삶의 에너지이자 희망
2005년 12월, 빈민선교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가 한 단체를 통해 아프리카를 방문하게 되었고 그 첫 번째 방문지가 바로 고로고초 마을이었다“. 마을을 지나다 쓰레기 더미 위에 힘없이 주저앉아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어요. 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이 제 몸을 훑고 지나가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내 그 아이의 눈망울이 떠올랐어요.” 오랫동안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희망을 갖게 해줄까 고민하던 그는 합창단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인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삶에 에너지를 품게 하고픈 그의 바람은 씨티종합건설 최찬웅 회장에게 닿아 1억 3천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2006년 7월, 합창단원 모집을 시작으로 그해 8월부터는 선발 된 83명의 아이들에게‘ 도레미’
계명부터 가르치는 음악 수업이 시작됐고, 드디어 11월에는 ‘지라니 합창단’이 창단되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상임지휘자 김재창 씨. 아미치예술단장을 맡고 있던 그는 긴 고민 끝에 합창단을 이끌기로 하고, 연습 3개월 만에 아이들에게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구성된 3부 합창으로 <에델바이스>를 부를 수있게 했다.

제공:지라니문화사업단

그들이 다시 희망이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생긴 어린이 합창단 소식에 곳곳에서 초청이 쇄도했다. 2007년 6월에는 케냐 대통령궁의 국내외 귀빈 5천 명 앞에서 공연을 했고, 2007년 11월에는 한국 순회공연(25회), 2008년 6월에는 미국 순회공연(35회)이 이어졌다.
“노래를 배우면서부터 아이들의 얼굴 표정과 생활 태도가 달라졌어요. 단지 먹을 것을 준다고 변하겠습니까? 작년에만아이들이 135일을 해외에 있었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것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죠. 그 또래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이런 폭넓은 경험을 통해 삶이 변화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거죠.”
아이들은 합창단을 통해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각 가정에는 식량공급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합창단으로 활동할수 있는 기간은 고작 3년~4년입니다. 변성기를 맞이하면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그 뒤에 자신이 살던 삶으로 되돌아가면 아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세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들인데요. 그래서 아이들을 대학에도 보내고, 사회진출도 책임질겁니다. 그래야 고로고초 마을의 진정한 지도자로 세워지죠.” 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목표에 벌써 그를 돕는 손길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스와힐리어로‘ 선한 이웃’이라는 뜻의‘ 지라니’는‘ 선한 이웃’을 통해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다시 그 곳의 지도자가 되어‘ 선한 이웃’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한 사람의 열정과 소망으로 시작된 기적은 이제 고로고초 마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라니문화사업단 
www.jirani.net   02-3461-7200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