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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7-08 떠나라, 삶은 여행이다

떠나라, 삶은 여행이다 7 ㅣ 순례자가 되어 머물고 떠나다. 필그림하우스



 

필그림광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나무계단과 작은 광장이 순례자를 제일 먼저 환영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새 순례가 시작된다. 땅과 하늘을 잇는 계단을 딛고 서서 잠시 뒤를 돌아본다. 내가 떠나온 곳과 다시 돌아갈 곳. 이미 올라온 곳과 다시 내려갈 곳. 나는 지금 그 사이에 있다.






카리타스 채플
 
150~200여명 정도가 함께 모임을 할 수 있는 
필그림하우스의 가장 큰 예배실이다. 
정면에는 푸르른 자연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대형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신기한 곳.



메디타이초
 
채플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 분을 마주할 수 있는 기도실이다.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며 묵상에 도움이 되는 
영성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따로 정해진 예배나 집회가 없어
더욱 자유로이 기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북카페 압마암마 
탁 트인 자연의 시원함 속에서도 아늑한 따스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들어와도 마실 수 있는 진한 커피가 영성적 여유를 더해준다. 곳곳에 놓여 있는 책과 필그림 하우스의 기념품들이 순례자를 맞고자 애쓰고 준비한 주인장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채움의 가든
 
이곳에 와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집도, 교회도 아닌 이런 곳에 와야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신 걸까. 
분을 만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그저 위로하고 싶었던 거라고, 내 몸과 마음이 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솔직해지고 나니, 
그분은 이곳이 아닌 어떠한 곳에서도 이미 나와 함께 하셨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길을 묵묵히 따라와 주신 그분의 뒤따름이 
이제는 내가 가야할 길을 앞서 내고 계신다.






엠마오테라스
 
부활하신 예수님을 두 제자가 만났던 곳, 엠마오 길. 
죽음의 끝에서 다시 살아나셔서 나타나신 예수님으로 인해 
이길은 삶의 절망과 희망이 온전히 포개지는 곳이 되었다.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우고 채우면서 
또다시 죽음과 부활이 묘하게 만나는 날들을 살게 될 테다. 
필그림하우스의 마지막 순례의 여정을 엠마오테라스로 잡았던 이유는 그래서다. 
비우기만 하는 것도 아니요, 채우기만 하는 것도 아닌, 
그 지난한 반복 속에서 여전히 삶은 아름다울 것이고,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그분은 우리에게 나타나실 것이기 때문이다.




드넓은 창
 
필그림하우스를 둘러싼 천연의 자연은 
건물 곳곳에 나 있는 창을 통해 어디서든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깊고 푸른 산의 자태가 ‘쉼’의 시작을 알린다. 
예배실을 비롯하여 각 방마다 발코니를 마련한 것도 그 때문.





객실
 
2인실, 4인실, 다인실, 침대방과 온돌방이 종류별로 있다. 
각 객실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준비되어 있어 편리하다. 
수많은 불멸의 밤을 뒤로 하고, 독서와 기도를 위해 찾은 곳에서는 
왜 이상하게도 잠이 쏟아지는 걸까. 
많은 시간을 여지없이 이곳에서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비아돌로로사 
예배실이 있는 예루살렘동과 
숙소가 있는 갈릴리동을 연결하는 공중다리의 이 길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신 후 
십자가를 지시고 걸어가신 슬픔의 길이다. 
예수님의 마지막 시간의 일을 떠오르게 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작품은
 죄와 구원 사이를 이어갔던 그 삶의 자취를 
침묵으로 묵상하게 한다.



도서관
 
거룩한 독서의 방, 렉치오디비나로 불린다. 
다양한 신앙서적과 영성관련 책들이 마련되어 있고 
터넷도 사용할 수 있어 
글을 읽고 쓰기에 안성마춤이다.







십자가가든 
초대교회 교인들은 
온 몸을 물에 적셔 침례를 행함으로 세례를 받았다. 
십자가 형태의 물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난 사람은 
결코 한 번에 새로워질 수 없는 삶을 기어코 살아야 한다. 
그것이 순례자의 삶이기에. 
나는 지금 어떠한 물속을 헤매고 있는 걸까. 
물위에 넘실거려 비치는 나의 움직이는 욕망이 
십자가가든에서 오롯이 드러나 버린다.

비움의 테라스

순례의 여정은 ‘비움’에서 시작하
여 ‘비움’으로 완성된다. 십자가 광장에서 묵상했던 두려움과 불안함이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부터 ‘비움’이 피어난다. 비워내야 한다는, 떨쳐내야 한다는 당위적 욕망조차 비워내야 함을 끄덕일 수 있을 때 무언가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한다.

혼자여도 좋고, 영혼의 친구와 함께 해도 좋은 이 영성적 쉼의 여정은 관상과 행동, 비움과 채움, 그리고 존재와 실천이 만나는 진정한 순례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순례의 여정이라고 한다면, 삶의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독과 피로는 순례자에게 있어 온전한 쉼표를 찍어줘야 할 지점을 깨닫게 한다. 그대, 지금 피곤하지 않은가.
글 .사진 노영신


가볼만한 영성적 쉼을 위한 공간

가락재영성원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위곡1리 128번지 | 031-584-2394 |
http://garacjae.n4.cc
다일자연치유센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산 52번지 | 031-568-6004 | www.dail.org
모새골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송학3리 930번지 | 031-774-0672 | www.mosegol.org
예수원 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 산7번지 | 033-552-0662 | www.jabbey.org
예예동산 춘천시 신동면 증삼리 107-10번지 | 033-261-3358 | cafe.godpeople.com/yesthanks
신림수양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611-1번지 | 033-762-9107 |
www.wjmc.or.kr
좋은기도동산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665번지 | 043-731-0210 | www.goo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