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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삶의 단순한 진리와 마주하다. 8년의 동행|미치 앨봄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지만, 요즘 세대의 필요는 불만을 낳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의 불평불만으로 지구는 조금씩 더 더워지고 있다. 지성을 지닌 인간의 위대한 출범 이래, 인류는 단 한순간도 소유라는 이름 앞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행복은 많이 소유했다는 의미의 약어가 되고, 무지는 ‘내 생각’의 반대말쯤 되어 버리는 세상에 알게 모르게 노출되었고, 개인의 희로애락은 세상에 예속되어 버렸다. 어느새 그 우스꽝스러운 의미의 전용에 아무런 의구심도 느끼지 못한 채 열을 올리며 살아간다. 잘못된 우리의 열정으로 인해 세상은 너무 덥다. <8년의 동행>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인 미치 앨봄이 2000년 어느 날, 자신이 성장했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 렙한테서 추도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고사했던 추도사를 쓰기 위해, 8년 동안 렙과 지속적인 교제를 나누며 저자는 서서히 삶과 신앙에 대한 진리를 깨닫는다. 렙과 교제하는 기간 동안 저자가 마주하는 또 한 사람, 목사 헨리 코빙턴은 그 진리를 현실 속에서 더 깊이 통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렙과 헨리는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다. 한 사람은 가족 대대로 랍비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도 랍비의 길을 걷다가 이제는 그 헌신의 삶을 마무리하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릴 적부터 강도와 마약 거래 등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죽을 고비 앞에서 목숨을 구원받고 남은 생을 헌신하려 한다. 이 둘은 종교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에게서 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간단한 공통적 삶의 가르침을 받는다. 현재의 삶에 만족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것. 현대인에게 입바른 소리로 들리기 쉬운 감사와 사랑에 대한 성찰은 2명의 종교 지도자의 삶을 통해 커다란 무게로 다가온다. 주어진 모든 것에(설령 그것이 슬픔이라 하더라도) 감사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함으로써 더 큰 기쁨과 감사할 조건을 찾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두 성직자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설파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어린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교회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겨울을 버틸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그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삶을 통해서…. 고통을 통과할 때마다 자신을 압도하는 어떤 거대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그 안에서 주의 뜻을 찾으며 감사하려는 사람. 그에게 눈앞의 절망과 아픔은 기적의 재료일 뿐이다.

‘기쁨’과‘ 감사’는 욕심과 욕심에서 기인한 미움, 끝없는 불만으로 들끓는 세상을 살면서 너무 쉽게 간과하는 단어다. 믿음 속에서 감사하는 삶이 가져다주는 청량한 바람이야말로 후끈거리는 이 세상을 식혀줄 만한 것이 아닐까. 글 주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