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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모든 질문은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풍성껌, 자전거, 도마뱀, 그리고 하나님|제임스 스피글

“선생님, 하나님은 어디 사세요? 하나님이 계신 데 왜 나쁜 일이 일어나죠?” 어느 주일, 교회학교 아이가 물어 온다. 끙끙대며 대답해 줬는데, 아이의 표정은 개운하지가 않다. 혹시 더 물어볼까 해서, 괜히 일을 만들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혹시 이것은 매 주일 마주하는 당신의 모습이지 않은가. 교회를 몇십 년 다녔는데도 초신자 때 궁금하던 것이 여전히 궁금하다. 이제 막 교회에 발을 디뎠는데 왠지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겠다. 당장 믿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덮어두었던 수두룩한 질문 꾸러미들.

네 아이의 아빠이자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우리가 창피해서 묻지 못했던 물음의 답들을 자신의 아이들과 대화하며 찾아나간다. 그는 모든 질문은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에, 아이들이 모래 장난하다가 또는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문득 던지는 물음을 놓치지 않고 신학적 논의로 이끈다. 죽은 잠자리를 보다가 “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죠?”, “ 하나님은 영어를 할 수 있나요?”, 잠자리에 누워서도 갑자기 “하와를 유혹한 뱀만 벌을 받아야지 왜 모든 뱀이 벌을 받아야 해요?”, 내일 먹을 팬케이크를 생각하다가도 “천국이 그렇게 멋진데, 나는 왜 죽는 게 두렵죠?”라고 묻는다. 그러면 페인트 칠하면서 씹고 있는 풍선껌을 들어가며, 자전거 톱니바퀴에서 벗겨진 체인을 들어가며, 도마뱀이 허물 벗는 모습을 들어가며 저자는 대답한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겪고 있거나 과거에 겪었던 모든 것들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저자는 지치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한다. 코흘리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과 믿음이라는 것은 우리 그 자체이기에 마냥 순진해 보이는 아이들과도 그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질문은 하나님의 존재와 본성, 동정녀 탄생, 예수그리스도의 신성과 같은 핵심 신조에서부터 교리적인 주변 이슈들까지 포함한다. 책을 읽다 보면 신앙의 정수가 아이들이 돌리는 자전거 체인에 감아져 나오고, 모래 장난 속에서 소리치며 아이들의 뜀박질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차를 보면 무슨 심각한 교리를 다룬 책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이 책은 근본적인 신앙의 물음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신앙의 물음들을 적절한 비유와 이야기들로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풀어나간다. 모호하고 난해한 문제들에도 성경에 충실하다. 오랫동안 교회를 다녀도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을 안고 있다면, 혹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 진리에 관해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어느 새 신앙의 고민을 하는 것이 즐거워지고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글 신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