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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예술로 세례를 주어 사람을 새롭게 하다 | 성북예술창작센터


1년 전쯤, 서울시는 예술가들의 창조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노력으로 창
작공간사업을 시작했다. 꽤 늦은 시작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했으니 퍽 다행이다. 도심에서 소외된 빈 공간들을 재활용하여 작가들의 활동 공간으로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시작한 것이다. 긴 기간은 아니지만 서울 곳곳에 색다른 변화가 연출되고 있었다. 글·사진 김승환

유랑극단 같은 예술가들을 비로소 보듬다
2009년 6월, 공연을 비롯한 다중복합장르의 현대 제작극을 실험하는 ‘남산드라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것을 시발점으로 홍대 앞에는 동사무소를 개조하여 문화 허브 공간인 ‘서교예술실험센터’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해 10월엔 인쇄소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한 탓에 텅 빈 금천 지역에 ‘금천예술공장’이, 또한 대형마켓에 죽어가던 지하상가 공간 44개 점포를 리모델링하여 공예, 공방 형태의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줄줄이 문을 열었다. 연이어 11월에는 연희동 옛 시사편찬위원회 자리에 문학인들의 레지던시와거주 프로그램 문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연희문학창작촌’을 시작했고, 2010년 1월에는 문래동 공장 지역에 자생적으로 자리 잡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옛 철공소 자리에 ‘문래예술공장’이 섰다. 이 사업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면서 그들의 창작물을 지역사회 안으로 끌어들여 지역의 문화를 예술의 가치로 되살리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을 마련하여 떠돌이 유랑극단 신세가 된 이 땅의 고고한 예술인들이 조금씩 자신의 둥지를 틀기 바랄 뿐이다.


예술로 치료하여 모두 건강하게
성북예술창작센터는 7월에 성북구 종암동 구 성북구 보건소 자리에 그 이름으로 자리를 틀었다. 보건소 자리이기에 ‘치료’라는 공간의 본래적 성격을 이어가고자 자연스럽게 ‘치유’와 ‘소통’ 그리고 ‘나눔’을 주제로 자리를 잡은 예술창작공간이다. 공간의 특색을 살려 예술 창작을 통해 건강한 지역 문화를 재생산해 내고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예술가와 지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보건소가 사람의 몸을 치료해 왔다면 성북예술센터는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예술적 기능의 공간인 셈이다.
예술 치유와 주민 창작으로 특화한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연면적 1,997㎡(604평)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4층 및 옥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보건소 공간을 리모델링하였기에 큰 기둥들이 공간의 내부에 어울리지 않게 들어서 있지만 빈 공간 하나 없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의 향으로 충만하다. 센터 내에는 초청 및 정기 공모 사업을 통해 7개 예술 단체를 선정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 이다. ‘정여주미술치료연구소,’ ‘숙명음악치료연구회,’ ‘디자인교육연구소 CRdream,’ 사진 교육을 하는 ‘삼분의 이,’ 'NNR’, ‘몸짓 느루,’ ‘2010 Doing Art Project’ 등 모두 7개의 예술 단체가 자신의 색깔에 맞게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차근히 돌아보며 내 영혼이 새로워지다
지하 1층의 2개 공간은 주민 창작실로 구성하여 동아리 밴드 연습실과 주민 창작을 위한 전용 워크숍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하고, 주민들에게 밴드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2월 4일에는 밴드 발표회도 열려 대단한 호응을 얻었단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예술의 문턱을 낮추었는데, 다름 아닌 계단벽과 지하 공간 벽을 장식한 레고 조각들이다. 예술 벽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레고 조각을 붙였는데, 누구나 블록하면 어린 시절에 흥미 있게 즐겼던 최초 창작의 기쁨이 떠오르기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지하 공간 벽엔 백설공주 속 난쟁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꾸며서 왠지 나만의 작은 예술 세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게 한다.
1층 로비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작은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 왠만하면 카페와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로비 곳곳에 남아 있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X레이 촬영기와 시력측정기 등 의 의료기기들이 잠시 ‘아, 이곳이 보건소였구나’ 깨닫게 한다. 초등학생들이 재활용품으로 만들어 놓은 창작물로 한쪽 벽을 꾸며 다음세대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보는 이들의 창작력도 더불어 북돋아준다. 1층에는 두 개의 예술팀이 있는데, 하나는 음악, 미술, 교육 등 장르 간 통합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교육극 팀‘2010 Doing Art Project’ 교육극 팀이다. 연주와 작곡, 뮤지컬 등을 통해 학생들을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예술을 지각하게끔 훈련한다. 그리고 <몸짓느루>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토대로 우리의 문화와 호흡이 담겨 있는 일상생활의 움직임을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몸을 통해 움직임의 반경을 확인하고 타인과 나누는 몸의 교감을 통해 정신적인 아픔을 치유해 준다. 1층에서 잠시 머무르면 내 몸까지 한결 생생해진 느낌이 들 정도다.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면, 날씨 때문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개관할 당시 아트마켓을 열어 예술작품들을 판매하고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또 창고를 활용하여 책꽂이와 같은 간단한 가구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작업실로 꾸며 놓았다.
4층으로 내려가니 ‘2010 Doing Art Project’팀의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한 쪽에는 ‘NNR’이라는 시
각예술 팀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기획프로젝트 AND를 운영하는데, 성북구에 있는 각 동사무소 마을문고를 탐방하여 그 안에서 드로잉 설치, 판화 작업 등 주민과 다양하게 소통하는 프로그램 등을 여는 팀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뿐 아니라 찾아가서 함께 예술 작업을 하는 팀들이다.
2층 전시실에서는 그들의 활동 내역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는 창작 프로그램을 열어 서로의 도움으로 하나의 책을 완성하여 손에 쥘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을 시도하며 마을문고를 중심으로 하는 자생적인 연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3층은 미술치료, 음악치료, 디자인 교육을 하는 곳이다. ‘정여주 미술치료 연구소’에서는 미술 매체와 기법을 가지고 창의적인 사고와 활동을 통해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건강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숙명음악치료연구회’는 음악 감상과 작곡 등의 활동으로 음악치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렇게 그리고 들으며 묻었던 세속의 때까지 씻은 듯하다면 그 팽팽한 느낌으로 새로운 재활용품을 창작해봄 직하다. 바로 같은 층에 있는 ‘CRdream’에서 운영하는 다운 사이클 체험 프로그램 디자인 교육이다. 제품의 탄생 과정에서 남고 버리는 자원을 소개하고 그런 자원을 소재로 디자인을 해 봄으로써 자원 재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소중함을 알게 하는 동시에 다른 의미의 창조를 경험할 수 있겠다. ‘삼분의 이’는 사진을 통해서 인지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특히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지하부터 옥상까지 걷다 보면 나는 어느새 보잘 것 없지만 작은 창작예술가가 된 듯하여 기분까지 맑아진다. 예술이라 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저 멀리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의 사고를 실행에 옮겨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결국에는 아이를 낳듯 어떤 한 유.무형의 그 무엇을 탄생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한 번 경험으로 완성될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한 고된 일이기에 이곳 성북예술창작센터가 해야 할 일 또한 참 많다. 예술가들이 편하게 자신의 삶을 보장 받고, 그들이 고립되어 있지 않고 지역과 사람과 소통하며 만날 수 있는 장을 지속해서 계속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파의 상처에 마음과 영혼, 몸이 다친 사람이 치유를 경험하고 더 다양하고 밝은 세상을 창작해 낸다면 그것으로써 드디어 성북예술창작센터의 일은 완성된 것이리라.


성북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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