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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좀비의 이유 있는 진화

강시! 언제부터인가 중국 영화의 테마를 이뤘던 존재. 미간에 부적을 붙이고 힘들게 시리 앞으로 양손을 쭉 편 채로 두 발로 콩콩콩! 뛰어다니던 강시! 처음 본 순간! ‘쟤네들은 안 힘드나? 저러고 다니면...’ 그 강시가 영화에서 사그라질 때쯤 서양 영화에서 ‘좀비’가 등장했다. 피를 질질 흘리며 무엇엔가 홀린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좀비! 공포 영화에서만 등장하던 좀비가 요즘은 예능, 영화, 만화 등 다양한 그릇에 담겨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그에 따른 좀비의 형태도 진화 아닌 진화를 거쳐 오히려 우리에게 친숙한 어떤 종족인 양 다가왔다.

‘좀비’란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 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다. 1932년에 제작 된 영화 ‘화이트 좀비’에서 좀비는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썩은 시체가 살아돌아다니는 끔찍함으로 공포 영화계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까지는 3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좀비 1세대 대표작 : <살아있는 시체들의밤>, 1990년
좀비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조지 로메로 감독이다. 수많은 좀비 마니아들이 전설로 기억하는 영화로. 좀비 영화의 교과서라 불릴 만한 작품이다.
* 좀비의 특징: 지능이 낮고, 이동 속도가 느리며 살아 있는 사람을 공격하고 잡아먹는다. 느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떼로 달려들고 경찰서를 털어 총을 득템한다.

좀비 2세대 대표작 : <28일 후>, <새벽의 저주>, 2002년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 낸 좀비 영화, 탁월한 영상미까지 가미하여 좀비에 열광케 했다. <28일 후>는 <트랜스포팅>,<슬럼독 밀리어네어>, 최근 <127>시간을 만든 데니 보일이 만들었고, <새벽의 저주>는 <300>의 잭 스나이더가 만든 작품이다.
* 좀비의 특징: 뛰어다니는 좀비의 첫 등장! 가히 경탄할만한 비약이다. 그전까지는 느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떼로 달려들었다.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좀비. 게다가 장애물도 넘고, 힘 또한 굉장하다. 그러기에 총은 필요없다.

좀비 3세대 : 대표작 <28주 후>, 2007년
2세대까지 좀비의 배경은 어두움이었으나 이제는 좀 밝아진 느낌이다. 게다가 미국 군대까지 동원될 정도로 좀비의 능력은 막강해졌다.
* 좀비의 특징: 분노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눈빛이 변한다. 시대에 맞게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한다.

좀비 4세대 : <나는 전설이다>, 2007년
죽여야 할 좀비가 이제 인권이라는 틀에 담겨 등장한다.
* 좀비의 특징: 사랑을 하고, 가족이 있으며, 죽은 동료에
대한 슬픔까지도 느끼는 자신들의 자유를 보장받고 보호되어야 할 소수 종족으로 등장한다.

출처 : Daum

좀비 5세대
<당신의 모든 순간>, 2010년

강풀이 연재한 만화. 일명 따뜻한 좀비의 등장으로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좀비 이전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 좀비의 특징: 따듯하다. 물을 싫어하고, 밤에는 움직이지 않으며 사람을 죽이려 돌아다니지 않고,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찾아 헤맨다. 좀비가 되기 이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눴던 아름다운 순간만 기억하는 치매환자로 등장.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눈빛에서부터 그 겉모습까지 무시무시하게 변화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좀비, 지구촌에서 약자로 대변될 수 있는 이들을 좀비로 표현한 사회 풍자적 좀비, 좀비 마니아에게 매우 철학적인 세계관을 형성케 했던 좀비, 그리고 이제까지 이어져온 좀비에 대한 편견을 깬 강풀 만화까지…. 이제 우리는 좀비를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따뜻하고 감동적인 존재로까지 보게 되었다. 물론 철학이 없는 B급 좀비영화들이 훨씬 많다 보니 좀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뚜렷한 이유 없이 전 세계를 좀비 바이러스로 물들이고 있는 존재일 수 있다. 더 강한 공격성과 잔인함을 장착하고 말이다. 다음 세대의 좀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글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