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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동감’으로 피어나는 희망

성서, 민주주의를 말하다
윤원근 | 살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이젠 끝이라 해도 늘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적어도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면. 기독교가 개독교가 되어가고, 꽉 막혀서 말을 한다 한들 씨도 안 먹힌다고 많은 이들이 돌아서는 그 순간에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성서,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그런 피어나는 희망을 널리 퍼지게 해줄 새로운 눈을 준다. 사회학자인 저자 윤원근은 우리에게 성서를 민주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성서를 해석하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지만 민주주의의 눈으로, 사회학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낯설기만 하다.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민주주의와 성서의 조화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하나님의 관심이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이 땅에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닌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가꾸어야 함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우리가 이뤄가야 할 ‘하나님의 나라’가 대체 어떤 모습인지를 꼭 알아야 하겠다. 저자에 따르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과 자유롭게 인격적으로 교감하는 상태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사회 환경 시스템 자체가 민주주의였다는거다. 그 시스템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민주주의 정신과 제도 -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법의 중요성, 정의, 도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상적이지만 하나님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민주주의의 모델은 ‘에덴’의 상태인데,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그만 깨져 버렸다. 하나님처럼 되려고 함이 인간의 존엄성을 불균형하게 만들었고, 하나님의 온전한 평등을 위태하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에덴에서 모든 자유를 누리게 하시고, 단 하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법을 두셨는데 아담과 하와는 그 열매를 먹음으로 법을 파괴했다.
결국, 성경은 이 고장 난 시스템을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회복하는 것에 온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죄의 틈에서 깊이 내려진 분열과 단절에서 오는 고통과 회피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간구가 임하여 그 안에서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소통, 교감의 사회에서 한국 교회의 권위적인 부분은 손가락질 받았다. 하나님의 권위가 아닌 사람의 권위로 억압되는 한국 교회의 체질을 국적, 인종, 종교, 나이를 초월한 ‘동감’의 체질로 바꿔야 함을 저자는 말한다.
골방에서 눈물 흘리며 한국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는 그대여. 성서가 말해주는 민주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온 세상을 훤히 비춰주며 그대 마음을 시원하게 할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글 신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