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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피를 넘어선 사랑 가족의 의미를 되묻다 l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출처 : MBC 홈페이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내 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를 보면서 떠오른 질문들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가족’의 정의는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극중 봉우리네 집만 보더라도 가족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금방 무너지고 만다.
황순금 할머니(윤여정 분)와 봉영규(정보석 분)는 친부모자식 관계가 아니다. 봉영규와 봉마루(남궁민 분), 봉우리(황정음 분)도 성은 같지만 혈연으로 맺어진 친부모자식 관계는 아니다. 봉마루와 봉우리도 친남매가 아니다. 얽히고설킨 이 가족에게서 굳이 혈연을 찾자면 황순금 할머니와 봉마루 정도다. 하지만 이들도 외할머니, 외손자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없다. 이 가족은 승철이네 식구와 더불어 정말 한가족처럼 산다. 어려운 일은 서로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서고, 슬픈 일에는 함께 울며, 서로의 방패막이가 되어 살아간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살림살이와 지능이 낮은 아빠, 치매 할머니로 이루어진 가정이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 주고 아껴준다. 지능이 낮은 바보 아빠는 따뜻하고, 정직하며 자식과 어머니를 끔찍이 사랑한다. 할머니도 욕을 걸쭉하게 하지만 마음은 자식과 손자, 손녀를 진심으로 아끼는따뜻한 사람이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형편없이 가난하지만, 서로를 향한 묵직한 사랑이 이 가족을 지탱한다.
이들과 원수지간인 우경그룹 최진철(송승환 분)회장과 태현숙(이혜영 분)은 재혼해서 가정을 일구었다. 가족의 정의에는 들어맞지만, 이 가족 안에는 복수심과 살인, 불륜이 판을 친다. 남들이 보기엔 재벌에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이지만, 하나뿐인 아들 차동주김재원 분는 계부인 최진철 때문에 사고로 청각을 잃었고, 어릴 적부터 계부를 향한 복수심으로 살아간다. 봉마루이자 장준하도 이 가정의 비극적인 불륜의 씨앗이자 복수의 희생양으로 온갖 비극을 온 몸에 칭칭 감고 버티듯 살아간다. 이들 가족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무시하며,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하는 이야기라고는 온통 분노와 무시, 복수와 증오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내마들>을 가족 간의 복수 드라마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복수는 이 드라마의 갈등 구조를 이루는 하나의 뼈대일 뿐, 인간에 대한 사랑이 드라마 전반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에 집중하고 있을 때조차 차동주는 봉우리와 서로 사랑하며, 봉우리네 식구와 정을 나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원망하던 봉마루이자 장준하는 끊임없이,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바보 아빠와 치매 할머니를 빈번히 마주한다. 자신이 받았던 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극악무도할 수 없다. 이번 주말 다시 만날 “이렇게? 이렇게?” 하는 바보 아빠 봉영규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옘병, 육시럴”하는 황순금 할머니의 걸쭉한 육두문자가 기다려진다. 그것이 바로 가족 안에 있어야 할 끈끈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배성분|한때 드라마를 쓰고 싶어서 모 작가교육원에 면접까지 거쳐 1년을 배우러 다녔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내 삶의 한 자락 한 자락을 모두 이으면, 드라마가 될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