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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아름다운 교실 혁명의 시작

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 혁명
마리엔프랑케-그리쉬|샨티


어린 조카(다뽕이)를 상대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가 내뱉는 호흡의 세기, 바라보는 눈에 담긴 동자의 움직임, 목소리의 톤을 기막히게 감지해 낸 후, 내 마음을 감쪽같이 알아내고는 직감적으로 그에 걸맞은 반응을 재빠르게 하는 것을 경험한다. 종종 욘석은 이걸 누구한테 배운 걸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이니. 그리곤 자기가 비벼도 될 언덕과 비비면 별 이득이 없을 것 같은 언덕을 직관적으로 통계화하여 그 언덕에 자신을 사정없이 비벼대며 온갖 아양을 드라마틱하게 떨어댄다. 어쩜 사람과 사람은 언어적 요소보다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 손을 쥐며 전달되는 촉감, 바라보는 고개의 각도 등 비 언어적 요소를 통해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거나 혹은 관계를 고사하거나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최초 출발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는 몸 안의 부자연스런 에너지와 막힌 부분은 인간이 태어나며 최초로 만나는 가족체에서 주고받은 상처 혹은 가족의 역기능 때문임을 말한 버트 힐링거를 기초점으로 삼는다. 살아 있는 오감과 영감을 곧추 세워 나와 너, 나와 부모, 나와 상대방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사랑하게 하는 ‘가족세우기’라는 가족치료 방법론에 대한 선이해가 있어야 훨씬 책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러한 가족세우기를 접한 독일의 교사가 자신의 학급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가족체를 대상으로 꼼꼼히 적용해 본 실천서라 하겠다. 샨티의 책은 그래서 재미있다. 사회의 문제를 접근하는 데 그 현상만 건드리는 것이 아닌 그 내면을 고찰하고 현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책을 찾아 세상에 내 놓는다.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은 그 끝을 모를 만큼 무너져 있기에 이젠 거의 수수방관이 어울릴 듯하다. 혹은 내 아이만큼 이런 최악의 현장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면피의 태도로 이 나라를 가볍게 떠나 유학에 오르게 한다. 이건 실제로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누구 욕할 것도 없다. 한국 교회에도 이미 만연해 있는 태도다. 자,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 미친 세상을 떠나 유학이란 이름으로 교육을 받은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차피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들이 이 사회의 어른이 된다면 자신의 부모가 하던 방식 그대로 수수방관과 면피의 태도로 자녀를 교육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까? 너무 비관적인가? 아니면 아직 자식 하나 낳아보지 못한 무경험자의 무지의 소치인가? 참다운 부모가 자녀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참다운 교사가 학생들 앞에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교실을 세우는 혁명의 기초라면, 현재 우리나라 교실에서 어떻게 진보와 향상을 낙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의 끝은 결국 한탄과 한숨이 흘러나오게 한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한 인간은부모라는 가족체와 절대 분리 불가이고, 그 가족체는 또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 올바른 가족 세우기를 통해 내가 나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출발한 인격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현재의 내 자리와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을 넘어 단단히 사랑하는 것. 어쩜 여기에 우리 교실의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글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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