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고정된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이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나라는 한 소설가의 깨달음을 들었을 때, 문득 동화 <파랑새>가 생각났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가장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에서 해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는 단순한 진리에 이르는 것이 <파랑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다가오는 세월을 찬찬히 흘려보내며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나를 안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깨어 존재하는 일임을 다시 깨닫는다. 가수 박지윤도 한동안 대중의 곁을 떠나 그렇게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나다
움은 계속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지금 제가 좋아하고, 제 시야에 보이는 것을 좇아서 살아갈 뿐이죠. 그래도 제 자신을 많이 찾은 것 같아요.” 그 시간 이후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과 음악, 연기에는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박지윤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 찾아낸 빛깔을 머금고, 한층 여유로워진 그녀를 만났다. 글 정미희·사진 탁영한

가장 나일 수 있는 모습으로
2009년, 그녀가 6년 만에 발표한 7집 앨범 <꽃, 다시 첫 번째>는 앨범의 제목처럼 이전 것을 벗어버리고 진짜 첫 앨범을 만드는 마음으로 만들어냈다. 스스로 제작자 겸 프로듀서, 작곡, 작사, 노래까지 일인다 역을 감당하며 자신만의 감성이 담긴 어쿠스틱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채웠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은 편안함과 만족감에 스스로 행복했고, 대중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데뷔 12년 만에 첫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까지 수많은 벽에 부딪쳐야만 했다.“ 제 것을 하고 싶다는 열정과 오기가 있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한 때의 유행에 편승하려는 것이라고 했고, 알려진 기획사들은 제 2의 성인식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혼자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어요.
저는 그런 색깔의 음악을 너무 하고 싶었고, 그걸 해야만 했거든요.” 더 이상 누군가가 만들어준 내가 이미지의 내가 아닌 내가 찾은 나를 표현하고 싶은 열정이 그녀를 가득 메웠다. 그래서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고, 예전의 만들어진 박지윤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박지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2003년 소속사를 나와서 7년 동안 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으로 보냈어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어요. 사람이 어렸을 때야 남이 만들어준 옷을 입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 생기면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듯 저 또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후 무대위에서나 삶에서나 진심을 사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대중을 생각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일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용기가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자신만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행보는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어졌다. 지난 5월 방송됐던 드라마<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비중이 작은 조연남 주인공의 비서 역을 맡은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의아해 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작품 선택을 할 때 그 안에서 제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나 배워야 할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요.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려고 노력해요. 인간이기에 다시 낮아지는 것이 어렵고, 제 안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앞으로 연기를 해나기 위한 워밍업 단계라고 생각했고, 촬영하며 맺은 관계를 통해 새롭게 배운 것도 있어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려는 것은 세상의 부나 명예가 아니라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기 위한 배움의 기회라는 것을 확신하기에 선택에 앞서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에 더 귀를 기울이는 그녀다.


때로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모델로 데뷔했다. 어머니께서 오랜 기도 끝에 결정하고 이끌어 주셨고,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중학교 때는 연기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때 첫 앨범<하늘색 꿈>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다. 최연소 데뷔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활동을 했지만, 그녀는 남들 앞에 나서기보다 홀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부모님의 선택으로 이 일을 접했고, 회사에 소속된 후 내 스스로 선택 없이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야 했죠. 사람들과 부딪치는 게 힘들었어요.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고, 예술 분야에 대한 제 애착은 집착이라고 할 정도지만 그 외적인 것들엔 힘들어 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늘 누군가의 선택에 자신을 맞춰야만 하는 현실에 그녀의 내면에는 어두운 생각들이 쌓여갔다. 많은 것을 얻기도 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무대 위에 자신의 모습을 미워하던, 상처로 남은 시간들이었다.“ 제가 예전에 댄스음악을 할 때, 제가 부른 노래의 가사들이 선정성으로 논란이 일었죠. 저도 지금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내가 이런 노래를 불렀구나. 제가 모르고 불렀지만, 알고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 모두 회개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그것으로 인해 제가 받은 상처만 생각하고 억울해 했었거든요. 회개 기도를 했어요. 그것이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소망의 하나님을 경험하다

모태신앙으로 5대 째 믿음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2007년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 이후로 인생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나님이 그녀 안에 머물던 어두운 부분을 치유해주시는 경험을 했다“. 시편을 읽으며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시편 안에 다윗이 토해낸 수많은 고백을 보며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솔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솔직하게 토해내지 못한 제 아픔과 증오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율법적으로 제 안에 갇혀 있던 것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다윗의 찬양과 솔직한 고백을 보며 많이 깨지고, 위로를 받고, 다윗을 많이 좋아하게 됐어요.” 하나님 앞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절박한 상황을 토로하고, 절규하면서도 오직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는 다윗과 그런 다윗을 온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안 후 그녀에게도 자유가 찾아왔다.
얼마 전 참여한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이 편곡, 프로듀싱한 앨범 <I Am Melody 2>에서 부른 찬양‘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는 자신의 진심어린 고백을 담은 찬양이기도 하다.“ 제가 특별히 부탁드려서, 직접 곡을 골랐어요. 어떤 찬송을 부를까 고민하던 중에 이 찬양의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해봐>로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했을 때, 어려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 때 예수님밖에 없다는 이 찬양의 고백이 제 마음이기도 했어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사랑을 소유한 자이기에 세상의 것을 다 버릴 수 있다는 고백으로 그녀는 오늘도 주어진 길을 걸어간다.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님을 만나고, 먼 미래는 계획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분명히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니까 주님이 가라고 하시면 가고, 멈추라고 하시면 멈추고 . 주님 없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하나님이 제게 더 좋은 것을 주시더라고요.” 하나님이 유일무이하게 만드신‘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찾고 만나는 동안 그녀는 새로움을 맛본다. 나를 잘 아는 일과 만드신 분을 잘 아는 일은 결국 하나가 아닐까. 부정할 수 없는 하나님의 존재를 마주하고, 그 분을 알아가며 새롭게 빚어지는 삶. 나비처럼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그곳을 향하고 있는 박지윤이 아름답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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