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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5-06 가족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 특집 3 _ 쌍둥이 형제의 행복한 파스타 가게│Pasteria Millefiori- 키노시타 다이, 키노시타 타이


  

“그거 벚꽃 차예요, 사쿠라. 지난달에 일본 갔을 때 샀어요.” 찻잔을 가리키며 조금 서툴고 느리지만, 한국말로 말하는 타이. 타이 곁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미소짓는 다이. 타이가 주로 설명하고 다이가 일본어로 말하면 타이가 통역하는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쩐지 향도 좋고 맛도 참 재미있다며 말을 받았다. 과연 ‘밀휘오리’ 다운 음료라고, 다음에 올 때는 채소주스에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하며. 글 최새롬 · 사진 김준영

이름, 밀휘오리
‘밀휘오리’는 어디를 잘라도 똑같은 꽃 모양이 나오는 유리공예의 한 종류이다. 한국 어디에 가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가게 이름을 지었다. 밀휘오리는 메뉴부터 독특하다. ‘강원도 정선 문종욱 할아버지네 정선 산골농장 곤드레 나물과 닭 가슴살을 넣은 참기름 알리오’. 생산지와 재료까지 이름에 들어가 숨이 찰 만큼 길다. “손님은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죠. 특히 여기는 소개팅 장소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처음에 긴장하면서 메뉴를 시키는데 너무 길어서(웃음). 그럴 때는 좀 더 쉽게 해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는데 긴 시간을 써서 만드는 메뉴니까 그만큼 길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형 다이는 요리를 하고, 동생 타이는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하면서 음식의 대해 조근조근 설명해준다. “그냥 맛있다 맛없다가 아니라 여러 지방에 다니고 좋은 재료를 쓴 이야기가 담겨서 파스타 한 그릇이 완성되니까 그걸 말해줘야 손님도 재밌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먼 거리도 마다치 않고 생산지에 직접 가서 식재료를 구해온다. “음식점에 가면 어떤 요리사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재료를 써서 만들고 있는지 그런 게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여기밀휘오리도 오픈 주방으로 되어 있는데, 마찬가지로 어떤 식으로 채소를 기르는지 보고 싶어서요. 그런 걸 봐야 더 마음을 담아서 음식을 할 수 있고요.” 한국의 식재료와 그 맛을 살릴 조리법을 연구해 직접 개발한 메뉴. 처음 온 손님들 한 명 한 명에게 손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부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세심함. 그 모든 것에 주인장인 다이와 타이가 담겨있다.


쌍둥이, 다이와 타이
키노시타 다이(박대식)와 키노시타 타이(박태식)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마지막으로 싸운 게 유치원 때라고 말하는 형제는 고등학교 때까지 늘 함께였고, 함께 축구선수로 뛰었다. “저(타이)는 오른손잡이고 다이는 왼손잡이에요. 경기하러 가면 오른발로도 제대로 슈팅할 수 있고 왼발로도 똑같이 하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또 저는 수비를 했고 다이는 공격수여서 그것도 상대방한테는 자기 앞에서 수비하던 사람이 바로 공격하니까 혼란스럽고(웃음).”
그들이 동생 타이가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며 그 둘은 서로 떨어졌다. 형 다이는 첫 아르바이트 장소였던 일본의 유명외식벤처기업 ‘글로벌 다이닝’에 일하며 파스타의 매력에 빠졌고,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한 지 3년 만에 글로벌 다이닝 역사상 최연소 주방장 겸 매니저가 되었다. 동생 타이는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 이후에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 과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여 그 맛의 차이와 즐거움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다. 타이와 함께 있고 싶어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것 아니냐고 넌지시 물으니 그건 아니라며 웃는다. “원래 음식을 하면 채소의 특징은 다 알고 있는데 그래도 좀 전문적으로 공부해보자고 해서 했지요.” 떨어져 있는 동안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연락했을 때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어보니까 한 달 있다가 연락하면 이런 부분이 바뀌었네, 그런 게 재미있었어요.”


1 더하기 1이 아닌, 곱하기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평소에 없다고 생각하고 생활해요. 말 걸면 말하고(웃음).” 의식하지 않아도 늘 존재하는 공기처럼 서로 자연스럽다. 수입도 특별히 상의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나뉘어 다툼이 없고, 주방에서 일할 때 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일종의 ‘텔레파시’다. 대학교 1학년 때 타이는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축구 하다가 다친 다리를 끌고 일본에 갔다.
“그때도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가끔 이메일 보내면 2, 3일 지나 답문이 오고 그랬는데, 다리 아프고 짐이 많아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마중 나오라고 가기 며칠 전 메일을 보냈어요. 알았다고 이메일이 와서 연락 없이 몇 번 출구에서 보자, 하고 갔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다이가 안 보여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서 다이가 휠체어를 타고 오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둘 다 같은 날 똑같이 축구를 하다가 다친 것이었다. “짐이 많아서 마중 나오라고 한 거였는데 결국 집에 들어갈 때는 무거운 짐에다 다이 휠체어까지 끌고 갔죠.”

평일 저녁, 타이는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치고 다이는 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모두 밀휘오리가 하고 있는 일과 그 의미를 알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서로 한 사람 한 사람이잖아요. 1 더하기 1은 2밖에 안 되지만 서로가 좀 더 커져서 곱하기를 하면 결과적으로는 더 커지는 거죠.” 가장 친밀한 관계이면서도 서로를 독립된 개인으로 존중할 줄 아는 다이와 타이. 인터뷰하면서 나란히 그들의 모습 속에서 행복한 가족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보았다. 그것은 서로 지지하고 세우는 사람 인(人)의 형상이었다.

Millefi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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