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장관, 가수 서유석, 성우 배한성, CBS 변상욱 대기자가 홍보하고, 많은 국회의원이 신는다는 ‘아지오’ 구두. 알고 보니,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회사란다. 대체 이런 회사를 만든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20대 초반,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쌍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 시절 하나님을 만났고, 갇힌 시선을 거두어 다른 이들을 보았다. 자신처럼 혹은 자신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손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왔다. 바로 구두 만드는 풍경 ‘아지오’의 유석영 대표 이야기이다. 장애를 넘어 세상을 향해 뻗은 유석영 대표의 손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신화민 · 사진 김준영



지금 돌아보면 그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술을 가르쳐주시려고 내신 숙제였어요
유석영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아지오’공장이 아닌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청각장애인들이 만드는 구두 ‘아지오’의 대표이기 전부터 복지관의 관장으로서 이만 명의 파주시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있다. 복지관에 있으며 청각장애인을 만났다. “청각장애인들은 외모만으로는 장애가 없는 듯 보여요. 눈으로 사람의 표정을 읽고 이해하기 때문에 살짝만 표정이 달라져도 오해가 생겨요. 사회 속에 융화되는 일이 어렵고 그들만의 세계 속에 갇히게 되어요. 손발이 멀쩡하니 능력은 있되 직업의 문이 좁아요. 안정된 일터가 없죠.” 그들을 위해 운전도 가르쳐보고 꽃꽂이, 멘토링도 해봤지만 참여가 적었다. 가난해서였다. 빵이 먼저라는 생각에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25-6년 전, 자동공정시스템이 들어오기 전까지 청각장애인이 만들었던 구두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구두 시장은 대기업이 선점했고, 저가 구두가 쏟아져 나와 대기업마저도 시장 싸움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았지만, 상황이 아닌 청각장애인만을 보았다. 그렇게 2010년 구두 만드는 풍경 ‘아지오’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수녀님들이 300개 가량의 수녀화를 요청했다
“이분들이 계시는 공주 수루치로 갔어요. 다섯 켤레의 구두를 가져오시더니, 이건 너무 무거워. 이건 너무 딱딱해. 이건 너무 굽이 높다며 이 모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는 까다로운 조건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새내기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주라 여겼고 기술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해보자며 직원들을 달랬다. 그런데 한 직원이 이 구두를 만들지 못하면 다른 구두도 만들 수 없다며,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을 뒤지면서 해보겠단다. 그렇게 파주에서 공주까지 퇴짜를 맞아가며 오가기를 여러번. 결국, 2010년 3월에 300켤레를 납품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시려고 내신 숙제였어요. 그 벽을 넘어서 구두를 만들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수녀화는 지금 백화점에서‘ 건강화’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숙제에 성실과 도전으로 임했을 때, 그다음 길을 열어주심을 느낀다.



정직하게 만들어도 성공한다는 비전을 보여주기 원해요

4명의 청각장애인 기술자들과 함께 근근이 이어오고 있지만, 구두 만드는 풍경 ‘아지오’는 더 큰 꿈이 있다. ‘온 국민이 아지오를 신는 그 날까지’ 구두를 만드는 것이다. “공장을 만들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정직과 품질이요. 장애인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어설프면 안 돼요. 한 번은 동정심에 사주겠지만, 나중에는 구매를 장담할 수가 없어요.” 요즘 구두시장에는 저렴하고 다양한 구두가 많아졌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로 내피를 써서 싸고 신속하게 생산해낸다. 아지오는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웰빙 구두를 만들고자 한다. ‘아지오’의 구두는 몸에 좋은 구두를 만들기 위해 내피도 천연 가죽을 사용한다. “구두를 잘 만들어서 온 국민에게 신겨서, 정말 정직하게 만들어도 성공한다는 비전을 보여주기 원해요. 특별히 구두시장이 잘되어 청각장애인들이 오래 일할 안정된 공간으로 승화하는 것이 목표예요. 누가 만들었는지가 아닌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동정보다 품질로 승부를 겨루는 거죠.” 유 대표는 아지오 구두가 있는 곳곳마다 청각장애인을 넘어서서 전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꿈꾼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하나님은 능력을 공평하게 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장애인 스스로 혹은 사회가 하나님이 이미 주신 능력을 차단해 버려요. 결국은 장애인이 사회에 당당하게 설 수 있기를 바라요.”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죠
그의 관심은 청각장애인을 넘어서서 모든 장애인이 스스로 서고, 사회 속에 융화되는 것에 있었다. 여전히 장애인을 향한곱지 못한 시선에서 그는 모든 차별을 깨 버리신 예수님을 떠올린다. “예수님은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셨어요. 그들을 세우셨죠. 지금 사회는 능력에 의해 어두운 부분이 생겨나요. 능력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데도요. 하나님은 모두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셨고, 잃어버린 것은 한두 개일 뿐이에요. 남아있는 게 훨씬 많죠. 잃어버린 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할 것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장애인 스스로 숨어있는 잠재능력을 잘 선용하고 계발해서 사회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일일이 도와줄 필요도 없어요.”
어떤 이들은 질병이 생기거나, 집안의 악재를 마주하면 지은 죄가 있지 않은가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그런 맥락에서 장애인을 보면, ‘저 사람이 장애를 입은 것이 누구의 죄 때문인가’라고 묻게 된다. 마치 욥의 친구들처럼. “장애는 누구의 죄 때문에 얻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죠.”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많은 벽을 넘었고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경험했기에, 그에게 장애는 더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약간의 불편일 뿐이다. “김씨네 집 둘째 딸, 박씨네 집 큰아들같이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평범해야 해요. 장애를 특별하다고 생각할 때부터 차별이 생겨요. 불편한 것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불편을 불행으로 몰고 가면 악화할 수밖에 없어요. 사회가 그 불편함을 같이 짊어지면 돼요.”


기도의 열매로 시작한 일이니까요
요즘 그는 아지오 운영과 더불어 농촌에 사는 장애인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인력과 서비스 인프라가 적은 농촌의 장애인이 이중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이 그 지역의 장애인을 돌보는 시스템이다. 예전에는 분리되었던 마을공동체가 장애인도 함께 식사하며 어울리기 시작했다 한다. 복지관 관장으로 여러 일을 기획하며 아지오의 성장을 위해 기도하지만, 그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다. 
“큰 계획을 세우고 큰 목표를 이루는 것은 제게 어불성설인 것 같아요. 때마다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일을 해야지요. 최선을 다하고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욕을 얻어먹더라도, 오해를 받더라도 해나가야죠. 복지관 하나만 잘하면 되지, 구두공장을 왜 운영하느냐? 이런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더라도 임의대로 할 수 없어요. 기도의 열매로 시작한 일이니까요. 이 일 하다가 망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부르시는 그 날까지 시키시는 일을 하는 것이 제 최대의 소망이에요. 많이도, 적게도 말고 딱 하나님의 뜻만큼만.” 딱 하나님의 걸음만큼만 걸어가는 그를 통해 아지오가 수익사업체를 넘어 ‘교회’가 되기를, 장애인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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