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석 기자
고교생 가수로 데뷔. 이후 연기자로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지훈. 노래는 물론 영화와 뮤지컬, 오락방송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을 만큼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그가 처음 마음으로 다시 하늘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고된 길, 기도로 걷다
봄과 함께 찾아올 새로운 드라마 <헬로 애기씨>에 깐깐한 재벌 2세로 2년 만에 캐스팅된 이지훈. 최근 <황금어장> 고정 출연, 케이블 드라마 <빌리진 날 봐요>, 거기에다 앨범작업까지 연이은 스케줄로 제대로 휴가 한 번 다녀오지 못한 채 종횡무진 중이다. 덕분에 독한 몸살감기로 촬영 중에 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기도. 인터뷰를 나누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였지만 애써 말을 이어간다.
연예계에 발을 디딘 지 벌써 10여 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일까 했더니 웃으면서 내뱉는 첫마디가 ‘헛살았죠’ 다. “10년 동안 하나님 없이 혼자 했던 것 같아요. 겉으로 의지하는 척, 기도하는 척은 했지만 그게 진심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데뷔해서 인기 확 얻었다가, 세상이 칭찬 안 해주니까 나락으로 빠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어요, 제가.” 제 잘난 맛에 겸손하지 못했다며 지난날을 반성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지나온 10년 같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속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3집 앨범 때였는데, 98년도에 어깨를 다쳐 면제판정을 받았거든요. 사람들이 군대에 많이 민감하잖아요. 저의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시는데…. 참 힘들었어요. 이렇게 계속 가야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 하지만 역시, 그 때 그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도 때문이었어요.”
누구나 어려움을 만나며 살고, 그 고된 삶 속에서 기도하며 고통을 끌어안듯 다시 희망을 본다.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그는 이미 삶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소위 잘 나갈 때, 부끄러운 어려움이 있었죠. 폭력에 사기까지, 두 가지 악조건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정말 놓고 싶었죠. 다른 사람들 같으면 영영 방송 못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 알았어요, 기도하라고 하시는구나.” 이제는 기도하게 하시는 근원적인 뜻을 조용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기까지. 그는 고된 길을 그렇게 기도로 걸어왔다.
제자리 찾아 가는 길
힘겨운 일을 겪었을 때, 내 몸과 마음은 힘들어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르게 또렷이 남게 되는 걸 알게 된다. 내 삶에 ‘고마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그건 힘겨움이 선물하는 새로운 눈일게다.
“저 혼자라면 힘들었을 텐데 누나와 동역자들이 쓰러질 때마다 함께 위하며 기도해주니까 넘어지는 횟수도, 방황하는 시간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늘 처음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마음이면 언제든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니까. 그에게 기도는 마치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지도 같다. “일하면서 신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시간을 내어 기도모임에 참석해서 열심히 기도하려고 해요.” 이미 집도 교회 가까운 곳으로 옮겨버렸다. 그저, 기도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 가기 위해 쉴 수 없는 그 일을, 하루하루 호흡하며 살아가려는 마음으로.
감사가 우러나오다
그는 요즘 기도하면서 숨 쉬며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하나님 말씀대로 움직이면 참 좋아요. 뮤지컬 <알타보이즈>도 처음엔 안 하려고 했는데. 기도하면서 할 마음을 먹고 시작했죠. 하고나니 춤도 배우게 되고, 덕분에 일본에서 뮤지컬 같은 콘서트도 하게 됐구요. 드라마 <빌리진 날 봐요>도 잘할 수 있었어요. 연습을 통해 열매들이 맺히는 걸 보니 참 감사해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배웠기에,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감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해도 주인공같이 좋아 보이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즈음에는 무엇을 하든, 지금 하는 일에 감사할 수 있어요. 지금 인터뷰도 그렇고….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잖아요. 하하!”
지난 10년을 헛살았다고 고백했지만 ‘헛살림’을 버리고 하늘 사랑으로 ‘참살림’을 배웠으니 그의 표현대로 헛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처음 주신 마음을 다시 꿈꿀 수 있지 않는가. 보다 허스키한 남성적인 목소리로 채워질 새 앨범만큼이나, 성숙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자람이 새 봄, 다시 틔울 새싹마냥 파릇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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