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또렷한 이목구비에 도시적인 세련됨. 흔히들 말하는 여우같은 이미지 덕분일까. 착하고 가난한데 사연까지 많은 주인공과는 정 반대편에서 세상 걱정 없이 잘 살다가 꼭 남자 문제로 결부되어 시기와 질투의 화신이 되는 부잣집 따님 역을 악역이라 한다면, 박탐희 그녀는 그런 ‘악역’에 잘 어울리는 연기자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난 고백과 간증을 할 땐, 시원하게 큰 눈에 촉촉한 물기가 어리기까지 한다. 화면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그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여자, 박탐희 씨를 만나 보았다.
숨 가쁠 때, 숨 고르며
굵직한 배역에 방점 하나 찍어 놓고 사라지는 연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꼭 필요한 자리에서 억지스런 힘을 빼고 예의바른 점을 차근차근 찍어나가는 연기자들이 있다. 말줄임표처럼 느슨한 듯하지만, 멀리 보면 외려 하나의 긴 선을 이루면서 그저 주어진 길을 달려가는 것일 테다. 그녀에게 지난 시간이 그랬다.
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와 <주몽>을 마치고, 케이블 드라마 <빌리진 날 봐요>와 <에어시티>, <8월에 내리는 눈>까지 내리 5편의 드라마를 찍었다. 더구나 <에어시티>와 <8월에 내리는 눈>은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왔다.
“정말 지난 1년 8개월 정도를 앞만 보고 달려왔네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정신없는 스케줄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진짜 인격적인 분이세요. 나를 아시는 분이시거든요.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고난과 상황을 떨쳐내게 하시는, 나를 간파하시는 분이죠.”
한 사람, 한사람의 기질을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그분은 지극히 인격적이시다. 그녀가 달려온 지나온 시간을 그래도 잘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늘 가까이에 계신 하나님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숨 가쁘게 일을 하면서 오래 전에 겪은 상처, 숨 고르며 회복시켜 주시더란다.
삶은 또 다른 도전
그녀는 최근 ‘타미스토리’ 라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차렸다. 어쩐지 고급스럽고 화려한 의상들에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편한 옷들이 대부분이다. 연예인들이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흔히들 ‘두 마리 토끼’라고 표현하곤 한다. 심지어 욕심이 많은 것 아니냐고도.
“욕심이요? 아니요. 저 욕심 없어요. 하하. 그저 자연스럽게 시작됐어요. 원래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도 동대문에서 저렴하고 편한 옷 즐겨 입는걸요. 크게 돈 들이지 않고 멋지게 변신하고 싶으신 분들, 그런 분들에게 편안한 친구 같은 드레스 룸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고요.”
자신의 안목을 믿는 당당함과 그저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주저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기에, 그녀는 직접 옷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발품을 팔아 시장에도 직접 나간다. 그녀에게 ‘타미스토리’는 아직 보여줄게 더 많은 그녀 이야기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사실 뉴욕에 가는 것도 쇼핑몰 운영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사진도 찍어 올리고 겸사겸사 가는 거예요. 정말 숨고 있고 싶기도 했는데, 제가 일을 만들죠. 하하. 근성이 안돼요.”
맛보지 않고는 모르는 기쁨
지금 출석하고 있는 온누리교회는 다닌 지 1년 정도 됐지만, 교회를 처음 나가게 된 건 6년 전이었다. 요즘은 바쁜 일정 때문에 교회 내에서 그리 많은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그 전에 다니던 교회에선 주일학교 유치부 봉사도 할 만큼 열심이었다.
“제가 교회를 나가게 된 건, 직접적인 ‘하나님의 손짓’ 때문이었어요. 바로 그분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죠. 하나님의 존재가 내 안에 계시다는 느낌. 그 이후로 나의 삶에 직접 개입하시고 함께 하시는 순간을 많이 경험했죠. 요즘엔 주일학교 봉사는 못해도 짬짬이 친분 있는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봉사 활동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릴 적 그녀는 엄격한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 교회에 나갈라 치면 혼나기 일쑤였기 때문에 성장한 이후에도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막상 그녀가 하나님을 만나고 부르심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을 때는 신기하게도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간혹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저는 힘들어 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그건 저 자신의 조바심일 뿐이죠.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기도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걸요.”
또렷한 외모만큼 신앙에 대한 확신도 뚜렷이 빛나는 그녀는 예배를 드리는 마음가짐 또한 남다르다. “음, 맛있어요. 한번 맛보지 않으면 모르죠. 단순한 기대심리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니에요. 안에서 나오는 더 큰 눈물이죠. 감사가 생겨요. ‘이런 일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 아니라, ‘이런 저를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요.”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나. 경험한 후에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이미 깊이 맛 본 기쁨이 그녀 밖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알맞게 익은 신앙, 삶을 요리하다
그런 ‘맛있는 만남’을 경험한 덕분일까,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준비해 주시리라는 기대가 있다. 그저, 말씀하실 때 나아가고, 멈추랄 때 멈추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거창한 각오나 남달리 유별난 약속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고백까지.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에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까지 알맞게 버무린 그녀의 신앙이 참 향기롭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해요. 그렇지만 그분과 함께라면 ‘하기 싫은 일’이 어느새 ‘신나는 일’로 바뀌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살아가는 동안 치러내는 ‘만남’을 잘 익은 신앙으로 너무도 맛있게 ‘요리’해 나가고 있는 그녀. 앞으로 또 어떤 신나는 삶으로 인도하실지, 어떤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실지, 들뜬 어린애 마냥 기대에 찬 두 눈을 반짝거린다. 이제 곧 그녀의 주위 사람들은 맛이라도 한번 볼 수 없을까 킁킁 거리게 되지 않을까.
그녀는 9월 초에 열리는 ‘드라마 페스티벌’에 참가한 후 뉴욕으로 건너가 잠시 동안 쉬려고 계획 중이다. “쉬는 동안 제 지경을 넓히고, 자신을 점검하며 돌아볼 수 있어야겠죠. 정말 철저히 독립적인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이제 그녀는 홀로 그분 앞에서 다시 깊은 숨을 들이 마실 준비를 한다.
사실 주일의 만남이 정작 피곤할 때가 있다. 사람들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는 동안 하나님과 나의 온전한 만남은 온데간데없기 때문이다. 주일과 안식일은 반대말처럼 들리는 시대, ‘예배는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그녀의 나지막한 고백 속에서 잊고 있던 진정한 쉼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무엇을 하기보다, 그저 함께 있는 것이 ‘만남’의 본질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그 분을 만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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