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회로 컴백한지 한두 달 됐나? 나름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자부했지만 백 만년 만에 다시 온 교회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일단 건물 자체도 낯설고,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지나가는 교인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살짝 어색하게 웃어주고, 조용히 예배에 참여했다가 집으로 가길 몇 번. 이 교회에서 나를 아는 척 해주는 사람은 예배 후 나갈 때 반갑게 웃어주는 여자 전도사님 한 분 뿐이다. 그분에게 몇 번 붙잡혀서 청년부에 나오라는 소리를 들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곳곳에 배치된 청년들을 피해 유부녀인 척(!) 하느라 식은땀도 흘렸다.

피하기를 몇 번. 전도사님의 말씀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어서 큰 맘 먹고 청년부 예배에 참석했다. 구석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부산히 움직이는 청년들이 보인다. 앞에서는 악기를 점검하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군데군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들을 보니 어쨌든 다들 바쁘다. 오라고 붙잡고 사정할 땐 언제고, 오니까 아는 척도 안 하는 이 센스들 하고는. 쳇! 예배 전의 어색함과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장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성경책을 펼쳐본다. 예배 시작까지 10여분 남짓, 과분한 친절함 보다는 차라리 조용한 무관심이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교회를 다니게 된, 그 때가 떠오른다. 길가를 거닐다가 불쑥 한 손이 다가왔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잘됐다. 감기도 걸리고 몸도 으스스 추웠는데. 종이컵을 얼결에 받고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는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었다. 긴 말이었는데 압축하면 ‘우리 교회, 우리 목사님, 우리 성도 최고’였다. 콧물을 훌쩍거리며 설명을 듣다가 감사 인사를 건네고 집에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하러 나갈 때마다 그 아주머니, 아니 ‘권사님’이란 호칭의 그분을 만났고, 일요일의 무료함도 이길 겸해서 교회를 나가게 됐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 노트 받으러 몇 번 간 이후 처음으로. 예배를 드릴 때는 교훈적이기도 하고, 살면서 필요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 괜찮은 느낌을 받으며 말씀을 들었고, 몇 번 반복적으로 교회를 가다보니 주일날 교회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회 가서 가장 어색한 것이 몇 번의 눈인사 외에는 아무도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내 딴에는 커다란 용기를 내서 예배 후 식당에 내려가면 혼자 밥을 먹어도 말 걸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그러다보니 식당은 다신 안 가게 되었다. 종종 교회 내에서 나를 전도한 권사님과 마주치긴 하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미 너무나 친숙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내 한 몸 비집고 들어가기란 참 어색하고 힘든 일로 여겨졌다. 어느 순간 나는 예배만 드리고 집에 가는 사람이 되었다.

일단 교회 문턱을 밟은 사람들은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한 거다. 밖에서 마주치는 수천 수백의 사람들 중에서 교회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미 그들의 마음가짐이 주님을 향해 열릴 준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비친 교회는 너무 ‘우리’만 강조되는 ‘우리들만의 좋은 교회’는 아닌지. 물론 분주함 속에 교회를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보면 주일날은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챙길 여력이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자. 분명히 두리번거리고,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 보자. 어떤 말이든 마음속 깊이 환영과 진심을 담아.



배성분
|청년부 회장으로, 아동부 교사로 쉴 틈 없는 주일을 보낸다. 그래도 교회를 섬기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도 퇴근 후 임원 회의를 하러 교회로 향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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