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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9-10 마을, 다시 피어나다

마을, 다시 피어나다 6 l 생태 마을을 만드는 기업 _생태전문 사회적 기업 ‘이장’


이런 기업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충남 서천의 작은 시골에 귀농한 도시민들로 이뤄진 마을이 있고, 그런 마을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여느 전원마을과 시공사가
반복될 뿐이라는 편견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주)이장(대표 임경수)을 찾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장의 사업은 빈약한 편견을 깨뜨릴 만큼 충분히 단단해보였다. ‘산너울 마을’은 입주민들의 자치와, 서천군의 든든한 지원과, 기업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단순한 ‘귀농’이 아닌, 삶의 형태로서의 ‘귀촌’
‘생태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모토로 한 이장이 처음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이장은 1999년 환경 벤처기업으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귀농에 대한 임경수 대표의 관심과 당시의 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유기농산물 직거래사업 및 유기농식당을 운영하던 회사였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딛고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농촌컨설팅 사업이었다.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은 이장이 컨설팅한 대표적인 마을로서, 마을의 깨끗한 자연환경과 표고버섯, 우렁이오리쌀 같은 유기농산물을 적극 활용한 그린투어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장은 단순한 컨설팅회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농촌을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이 진정 마을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서로 돕고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이장의 고민이었다.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고민을 해보려고 서천에 이주해서 2년 동안 여러 가지 사업을 해봤어요. 그 때 벽에 부딪혔던 게 농사말고도 다양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정작 농촌에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마을, 생태마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을 만든 계기에 대한 임경수 대표의 설명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 하루하루 인구는 줄어가고 그나마 전원주택이다, 농촌관광이다 해서 레저/관광의 개념으로 사업이 추진되지만 그것도 지역의 온전한 경제로 자리를 굳히지 못한 채, 순전히 도시에 종속된 시골에 머물 뿐인 것이 우리 농촌의 현 실태다. 그래서 이장은 단순한 귀농(歸農)이 아닌 귀촌(歸村)을 고집한다. 집과 땅이 더 많은 돈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재산이 아닌, 내 곁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오래오래 정착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이길 희망한다.

‘이장’임경수 대표

관계가 곧 마을이다

올해 3월에 완공된 산너울 마을’은 이장의 꿈이 담긴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계획을 세우고 입주자를 공모한 뒤 2005년 9월부터 정기적으로 모임을 꾸려 입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살 집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기존의 시공사들이 전원주택을 그저 지어주기만 하고, 입주민들도 개인의 수익과 편의에 따라 막연히 회사에 모든 걸 맡겨왔던 관행과는 정반대다. 불편하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그럼에도 이장은 꿋꿋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달모임’을 했어요. 두 달에 한 번씩은 서천에서 만났고요. 먼저 입주했던 가구들이 인근 주민들에게 다가가며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졌습니다.” 신진섭 부대표의 설명이다. 입주하기까지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입주민들도, 회사도, 모두 느리고 오랜걸음을 각오한 상태였기에 착공과 입주를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장애도 많았다. 생태건축이나 태양열 같은 대체에너지 이용 등은 주민들의 반발을 살 일이 적었지만, 가장 큰 난점은 결국 땅과 집 문제였다. 토지를 공동지분으로 하는 것도 그렇지만, 연접형 주택(두 가구를 하나로 이어놓은 방식)은 특히 도시의 생활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의 반발을 샀다. “초반에 논란이 많았어요. 서울에서도 붙어살았는데 왜 여기 와서도 이래야 하냐고. 그런데 그걸 굉장히 반대했던 분이 나중에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어요. 귤을 사더라도 두 봉지 사서 옆집 사람끼리 나눠먹는 사이가 된 거죠.” 임경수 대표의 말에서 드러나듯 이장이 ‘산너울 마을’을 만들 때 고심한 것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서로 친해져 나누고 베풀고 돌볼 수 있는 관계가 곧 마을이기 때문이다.
이장은 오늘도 너나없이 즐거운 마을을 꿈꾼다. 지역의 순환경제를 만들기 위해 로컬푸드 활동도 병행하고, 2008년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만큼 두부공장 등 지역의 사회적 일거리를 만드는 고민도 실천에 옮길 계획이다. 경남 하동에서는 예성 ‘작은마을’이라는 마을 속 마을 프로젝트도 추진 중에 있다. “우리 회사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나면 우리끼리 또 뭔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꿈에 공감하고 공유할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제 희망사항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알려달라는 말 뒤로 임경수 대표의 웃음이 편안하게 울렸다. 글
김주원

사회적 기업 ‘이장’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관리 102-1
031-676-9822
www.e-jang.net


‘산너울 마을’이란?
‘산너울 마을’은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 일대에 터를 잡았다. 29,749㎡ 면적에 34세대가 입주해 있다. 정부예산 10억 원 지원으로 태양열을 비롯한 에너지 저감기술이 도입되었다. 입주자 스스로 공동취미실을 마련하게 되어 있어, 달모임으로 친해진 주민들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 편안한 노후를 원하는 사람,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고민하던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주민이 되어 함께 즐거운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푸른새미사업부로 연락하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888-4377
www.prsem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