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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0 09-10 같이의 가치를!

같이의 가치를! 3│세상을 향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젊음에게

사회를 혁신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일까? 정의는 각자 해보자. 다만 모든 정신이 그렇듯이 이 또한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며 형성된 개인의 열정이나 분노를 자각해서 그 에너지를 쓸모 있는 인생 과업으로 바꾸는 자기 변화가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변화시키는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편견, 삽질, 실패, 혁신, 경청, 이렇게 5가지 키워드를 꼽고 싶다. 청년들에게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말할 때면 나는 이 5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짠다.
물론 사회적기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잘 만든 사업계획서, 왕성한 네트워킹, 뛰어난 자금조달, 집요한 영업 활동 등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는 언제든지 상황에 맞게 대폭 변경될 수 있는 것들이다. 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고 시도했다면 이런 요소들은 변경되고 수정되어서 처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을 때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런 외적 변화를 주도적으로 맞이하고 불러오는 자기 자신의 변화 경험이다.


편견

먼저 편견이란 자신의 내면에 있는 편견을 말한다. 세상을 바꾸어 사회를 더 좋게 만들려면 사람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이를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착각한다. 그러나 본질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견을 버리게 하는 것이다. 누가 이것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편견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이를 깊이 있게 바꿔본 사람의 이야기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편견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삽질

삽질이란 땅 파는 것만 아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뜻을 세우고 도전하는 순간 삽질을 한다. 삽질을 미루면서 한방에 뭘 해보려고 해서 되는 것이란 없다. 삽질의 의미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혼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의 상한선을 얼마나 높이 잡고 삽질하느냐가 관건이다. 누가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이롭게하려는 사람인지 알아볼 방법은 그의 언변이 아니라 그의 삽질 밖에 없다. 그가 삽질하며 세운 목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지만, 그는 그것을 정말로 믿기에 삽질을 즐겁게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실패

실패란 도전하는 한 불가피한 경험이다. 발명, 혁신, 창의 등은 모두 실패의 경험에서 생겨난다. 실패를 처벌하거나 두려워해서 실패를 요리조리 피해갈 궁리를 하는 한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보다 실패가 중요한 이유는 실패를 해보아야 자신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실패를 해보면 자신에게 붙어 있는 혹은 자신이 붙잡고 있었던 군더더기가 무엇인지를 보게 된다. 그렇게 군더더기들을 빼내고 남은 알맹이를 가지고 재차 도전을 하면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혁신

혁신이란 자신의 편견을 바꾸고, 삽질하고, 실패에서 군더더기를 빼내고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혁신이란 말을 쓰지만 어떤 대상을 혁신하려면 주체가 먼저 혁신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세상을 통째로 혁신하려 했다가 그 과정에서 자신을 혁신하게 되더라 하는 이야기가 진짜다. 그렇게 자신을 혁신해보니 비로소 ‘아, 이렇게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영감과 발상이 나오는 법이다. 그렇게 자신을 혁신해본 사람에게 타인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낸 결과로 사회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경청
끝으로 경청이다. 사회 혁신은 물론 자기 혁신도 알고 보면 혼자 득도하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태어나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게다가 사회를 혁신하는 것은 내 아이디어, 열정, 지식, 재능, 돈이 아주 작은 하나의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수용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서 촉발되는 것이다. 즉, 함께 할 동료, 타인을 간절히 찾는 행위를 수반한다. 채용 공지하고 심사해서 뽑는 게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깊게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파트너십이 만들어진다.


나는 이 5가지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과정에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이자 가장 든든한 인생 밑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타인에게 공감하면서 동료를 얻고 그렇게 해서 삽질하고 실패하면서 혁신을 하는 경험이야말로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모두 패자가 되는 시간을 조금씩 지연할 수 있고, 인생을 규격품 아니면 불량품으로 오해하고 살지 않고, 저마다 맞춤형 인생을 살면서 그런 청년들끼리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휘|사회적기업 노리단을 창업했으며, 얼마 전에는 10년간 몸담았던 하자센터를 떠나 사회혁신과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사)seed:s를 창립하고 청년네트 워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양철북), <아내와 걸었다>(샨티), <일하며 논다, 배운다>(민들레) 등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