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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0 09-10 같이의 가치를!

같이의 가치를! 6│나눠줄 게 많은 세상, 열정으로 행동하라!




“안녕하세요. 패션디자이너 염지홍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하마터면 그를 잘못 찾아 온 것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잘못 들으면 옷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의상디자이너로 들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옷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열정디자이너란 뜻입니다” 순발력 있는 그의 대답에 순간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첫인사를 건넸다. 올해 서른살에 접어드는 그는 옷걸이 독서대로 UCC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청년 사업가다. 글 · 사진 정효진



쉽지만, 남다른 생각

현재 ‘옷걸이 독서대’라는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그를 지금 막 사업을 시작한 신출내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스무 살 무렵부터 피자쏠레라는 사업을 부모님과 함께 시작했다. 전단지부터 시작해 배달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그는 전천후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했다. 게다가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좋은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적극성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업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피자쏠레를 하면서 ‘Let's coin’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동전 사용이 점차 줄어가는 요즘 동전을 활성화하자는 의도에서였죠.” 이런 그의 의도에 동참하고자 만원이 넘는 가격을 온전히 동전으로 계산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갔다. 피자 배달 박스에 야광테이프를 붙이고 다니며 남는 테이프가 많아 어찌할까 하는 고민이 시초가 되어 만든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용 교통안전 옐로카드 역시 이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그는 이미 학창시절부터 학교에서 유명인사로 통했다고 한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인기를 독차지할 뿐만 아니라 건의사항이 있을 시에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담판을 지을 만큼 당찼기 때문이다. 평소 사람과 사물에 관심이 많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능성이 있든 없든, 제안한 대로 실행이 되든 안 되든 자신이 가장 먼저 앞장서서 행동에 옮기고 사람들의 편견에 도전하며 질문했다. 사람을 원체 좋아하는 성격이라 무엇을 하든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음에 피곤함도 잠시라니 정말 타고난 열정가라 부를만하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기준은 열정과 사람이다. 단지 이윤을 남기는 데에만 목적을 두는 여느 창업과 달리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나눔이 있는 이윤추구의 형태이다. “요즘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창업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청년 창업의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창업이란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일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일인데 고민과 노력 없이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직장을 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크든 작든 아이디어를 내고 ‘파는 행위’를 꾸준히 해온 그에게 창업은 벌써 오래 전에 시작된 일이었고 그만큼 창업에 대한 생각도 깊이 있고 명확했다.

나눌수록 커지는 세상
옷걸이 독서대의 시작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책을 보다가 독서대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안 여기저기 걸려있는 세탁소 옷걸이로 이렇게 저렇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굳이 돈 들여 사기는 아깝고 간단하게라도 뼈대만 있으면 대충 책을 펼쳐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엉성하게라도 만들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아이디어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만드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의 독서대 모양이 갖춰지기기까지 백 번 정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아이디어는 나눌수록 발전한다는 평소의 생각대로 옷걸이 독서대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지인의 권유로 만드는 과정을 장난처럼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렇게 올린 것이 유튜브를 통해 몇 천 건의 조회 수를 달성하게 되자 여기저기서 출연요청이 잇달았다. 사람들은 이 아이디어를 응용해 좀 더 발전된 독서대를 선보이기도 했고 그의 아이디어 나눔에 덩달아 신나하며 염지홍이라는 사람에게 관심 보이기 시작했다. “제가 한 일은 그저 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즐겨주기를 바란 것뿐인데 진심으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하고,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며 아이들이 저를 닮고 싶다 말할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요즘 그는 이 옷걸이를 들고 강연회를 자주 찾는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 종교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열정적인 창업이야기와 나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옷걸이 독서대를 빌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저 혼자만 잘사는 세상살이보다는 작은 아이디어라도 나누고 실천하는 삶이 더 의미 있음을 전도하는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자리만 차지하게 놔두지 않고 끝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현실이 되도록 만든다. 그것이 염지홍이라는 사람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계속해서 꿈꾸게 하는 원동력 같은 것이었다. “창의성이란 건 특별한 사람들만갖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삶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요. 태도의 문제인 것 같아요. 열정과 자신감이 결여된 창의성은 결국 묻혀 버리게 되니까요.” 그가 늘 가지고 다니는 두꺼운 공책엔 수많은 아이디어와 기록으로 가득하다. 벌써 스물 한 권 째 공책을 쓰며 순간순간 떠오르는 좋은 생각들을 기록하고, 어떻게 하면 실천에까지 이
를 수 있게 하는지를 고민해왔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비즈니스 형태를 띤 캠페이너라고 지칭했다. 가치의 형태를 입혀 무언가를 팔 때, 파는 사람은 파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일깨워주고 사는 사람은 그 가치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세상에 캠페인거리가 너무 많아 그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염지홍 블로그
www.passion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