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0 09-10 같이의 가치를!

같이의 가치를! 5│버려진 것들의 늠름한 귀환 - 재활용 에코백 터치포굿

몇 달 전 제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아름다운 올레길 풍경에 흠뻑 취해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음에 감탄하며 꿈같은 열흘을 보냈다. 그 풍경에서 정말 아쉬운 것한 가지는 올레길 여기저기에 걸린 무식하리만큼 커다란 현수막들이었다.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 풍경앞에 색상과 크기가 제각각인 현수막들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건지. 내 자신이 다 부끄럽고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디 올레길 뿐이랴. 우리나라 어느 길을 걸어도 현수막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도대체 이 많은 현수막들은 화려하게 우리 곁으로 왔다가 모조리 어디서, 어떻게 사라지는 것일까. 글 · 사진 정효진


사라지는 것들, 날개 달다

서울 전 지역에서 한 달간 수거되는 불법 현수막의 양은 약 50톤. 정식으로 인가받은 것까지 합하면 그 양은 정말로 헤아리기 어렵다. 수거된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되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환경유해물질이 발생한다. 곁에 있을 때도, 떠날 때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이 현수막들을 눈여겨 본 이들이 있다. 바로 세상이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어루만져가는‘터치포굿touch for good’의 세 여인들이다. 이들은 환경 관련 기업 세미나와 공모전 등을 통해 만나, 함께 환경과 재활용을 생각한 합리적이고 보기에도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을 꿈꿨다. 그렇게 자석과 쇳조각의 통제할 수 없는 끌림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단번에 회사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셋이 모여 회의를 하던중 거리마다 늘어뜨린 현수막을 보며‘ 저거 좀 누가 다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것이 첫 사업 아이템이 되었다. 이들을 통해서 쓰레기 신세가 될 뻔했던 현수막이 감각적인 가방과 소품이 되어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이것이야말로 버려진 것들의 늠름한 세상으로 귀환이다.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은 가방으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게 하는 광고의 효과도 있어요.” 버려진 것들의 재탄생된 자태를 보고 있자면 누구든 그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유쾌해질 수밖에 없으며, 버려진 물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재활용 꼬리표가 맞서야할 세상의 벽

현수막과 재활용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상품을 판매하며,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도 참 힘들다. 버려지는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니, 당연히 값이 싸야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현수막에 있는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과 디자이너의 심혈을 기울인 예술적인 가치를 따지면 이 상품들은 재활용이지만 결코 싸구려가 될 수 없다.
또 정반대로 재활용하는데 드는 비용과 새 상품을 만드는 비용이 비슷하다면 굳이 그렇게 돈을 들여 재활용해야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조금만 깊이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어차피 돈이 드는 것이라면 없는 물건을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환경을 생각할 때 더 옳은 선택일 텐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은 속상하기도 하다. 사실 에코백이라 이름 붙여 팔고 있는 상품들은 알고 보면, 에코백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로 딴 면화를 소비하며 중국 등에서 저임금으로 생산 된 제품으로,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지구에 환경오염을 더한다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재활용을 책임이 아닌 선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느 광고의 내레이션처럼 지구를 후세에게서 빌려 쓰고 있다는 책임감을 모든 사람들이 느낀다면 이런 속상한 오해는 잦아들 것이다.
가끔 이 회사를 현수막 쓰레기통으로 착각하고 너도나도 현수막을 가져다주려고 하는데 그 역시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떻게든 현수막을 줄일 생각은 안하고 쓰레기처리장처럼 여기는 그 태도가 부담스러워 이제는 협약이라는 약속을 통해서만 현수막을 받고 있다. “디자인에 종사하는 물건을 개발하고 발명하는 사람들이 버려지는 순간까지 생각하고 상품을 만들면 분명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재활용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편견과 맞서 더욱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시, 그러나 보다 새롭게
터치포굿은 현수막 가방만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환경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의 로고와 피디들의 사인이 프린트된 가방을 출시하기도 하고,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환경캠페인에서 컵 싸개를 현수막으로 제작해 함께 연대하기도 했다. 현수막뿐만 아니라 지하철 광고로 사용되는 비닐 천을 받아 상품으로 제작하려는 시도도 새롭게 하고 있다. 지혜롭지 못한 소비문화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가 늘어갈수록 터치포굿의 잔소리와 참견도 함께 늘어간다.
그런데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작부터 망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망해야만 하는, 망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버려지는 현수막이 없으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없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망하고 싶다는 이 과감한 외침을 회사 모토로 삼고 터치포굿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발 망하게 해달라’고 명령 같은 부탁을 하고 있다. 소리 없이 소각되고, 썩어갈 신세의 물건들을 구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롭게 생각하고 실험하느라 그들은 쉴 틈이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touch for good’하고 살아준다면, 버려지는 것들을 한 번 더 책임지려고 노력한다면, 더 이상 터치포굿이라는 회사는 필요 없어질 거라고. 자신들은 정말로 세상의 한편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우리의 성공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터치포굿 www.touch4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