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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03-04 다문화, 행복한 공존을 꿈꾸다

다문화, 행복한 공존을 꿈꾸다 5 | 다문화목회, 지금 시작할 수 있다 - 새홍성교회 유요열 목사

에디터 노영신






 

교회로부터 시작된 이주민 사역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이 되면 홍성군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이주민 여성 2~30여 명이 ‘홍성이주민센터’로 모여든다. 두 시간씩 열리는 ‘한글학당’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한글도 배우고 같은 이주민으로서 친구도 사귀는 이 시간은 이들에게 있어 배움과 쉼을 동시에 누리는, 숨통 같은 시간이다.

홍성 지역사회에서 이미 잘 알려진 새홍성교회의 이러한 사역은 몇 년 전, 서서히 늘어가는 이주민들을 발견하면서부터 이루어졌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축구하며 노는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 국제결혼 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하다가 ‘이주여성한글학당’을 열게 되었으며, 이들만을 위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사역의 장을 만들자는 뜻이 모여져 2006년 9월, 홍성이주민센터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이주민 여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까, 돌봄이 필요한 그들의 자녀들이 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유요열 목사는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도 함께 만들어 사역은 점점 날개를 달아 확장되었다. 아동사역의 구체적인 결실로 작년 6월, ‘한경희사랑나눔’의 도움을 받아 국제결혼가정 아이와 지역 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한사랑지역아동센터’를 개소하고 홍성이주민센터와 함께 나란히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조용했던 시골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이것은 농촌교회의 희망일 수 있어요.” 홍성군의 결혼 절반 가까이가 국제결혼인 가운데, 이주민여성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격려와 지지를 나누어 주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몫이라고.


교회는 규모가 아니다

작은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새홍성교회를 찾아갔을 때 사실 놀랐던 것은 교회의 규모였다. 이주민센터를 운영한다는 교회였는데, 잘 찾아온 거 맞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교인은 한 3~40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에요. 그러나 교회는 규모가 아니잖아요.”그렇다. 교회의 본래 존재양식을 되새겨보면 교회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고, ‘규모’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가치’이지 않은가.

“나름대로 대안적인 교회를 만들어 보고자 98년 이곳에 개척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이 지역에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어요. 지금 우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규모의 교회이지만, 길거리에서 만나는 이주민들에게 인사 건네고, 친구가 되는 건 할 수 있을 거라 여겼죠.” 교회가 크고 난 뒤에 뭐 좀 하자는 변명을 언제까지 할 텐가 하는 생각에, 2003년 교회창립기념일, 이주민 사역을 새홍성교회의 주된 사역으로 삼고 시작해보자는 결의를 이끌어 내었다.

“예수님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다가가신 분이죠. 그 분의 관심거리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우리 교회에게 이주민이 포착된 것은 은혜입니다.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은혜요.”


한글학당은 희망배움터

중국 조선족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필리핀, 한족, 태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여성들이 현재 한글학당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당당한 홍성 지역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이 지역의 다문화가정  중심지가 되어 이주민 여성들끼리 서로의 삶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을 정도의 끈끈한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한글학당은 이렇듯 단순히 한글을 가르친다는 의미를 넘어, 각 가정으로부터 지역사회의 바깥으로 그들을 이끌어 내어 개인과 가정에 국한되어 있는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이웃의 문제로 전이시키는 희망의 매개가 된다.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 어린이를 돌보는 탁아교사, 차량을 운행하고 식당에서 밥을 지어 주는 분들 등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사역의 소중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새홍성교회를 출석하는 교인으로서의 자원봉사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더 많다는 것. 

지역사회를 향하여 활짝 열려있는 이러한 사역은 새홍성교회 교인들의 절대적 지지와 헌신적인 열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인들은 홍성이주민센터의 회원으로서 실질적 운영에 도움이 되는 여러 의견을 나누고 집행하며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주민’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때까지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달라지고 변화했을까. “이주민들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전에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해왔지만, 이 사역을 하다 보니 그런 것도 이젠 넘어서게 되요. 그냥 어울려 사는 거죠. 가진 문제가 조금 다를 뿐이에요.” 차이가 차별을 낳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차이에 집중한 채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조차 편을 가루는 일일는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가 이주민들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동네 가게나 지나가는 길가에서 동네주민들이 이주민을 향해‘깜딩이’라고도 했는데, 그런 말은 이제 싹 사라졌어요.”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문화, 다문화 하는데, 정말 우리 안에 다문화가 있나요? 그것이 채 피부에 닿기도 전에 다문화라는 단어만 오남용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이주민센터의 정순희 사무국장은 실제적인 다문화사회가 우리 삶 속에 자리하기까지는 아직 장애물이 너무 많다고 한다. “사실 현재 이주민정책은 ‘흡수·통합’의 차원에 머무르거나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죠. 배타적이고 자기우월적인 우리 민족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보다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특히 교회는 전도하고 선교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 말고, 그저 조용히 조건 없이 베풀고 섬기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전도도, 선교도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처럼 유요열 목사는 한글학당의 이주민여성들에게 굳이 새홍성교회 나와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교회에 가고 싶으면 살고 있는 동네 교회를 찾아가라고 한단다. 공존과 상생, 다양함과 존중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들은 이미‘가족’이고 ‘친구’이다. 이제 이주민의 대변자와 옹호자였던 자리를 내어 주고 이주민들 스스로 자립적 힘을 키워 센터 대표를 맡기고, ‘이주민’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때까지, 이주민센터는 더욱 ‘이주민의 것’이 되어 갈 것이다.


“교회를 넓게 보게 됩니다. 이주민센터를 운영하다 보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어 좋아요. 한 교회 사역을 오래 하다 보면 그대로 굳어지게 마련인데, 제게 있어 교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로 움직이고 살아있는 곳이죠.” 이주민들 모두를 목회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요열 목사, 그는 결코 작은 한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아니라, 홍성지역을 아우르는 넓은 목회자임에 틀림없다. ‘교회를 새롭게, 홍성을 새롭게’의 의미를 담은 ‘새홍성교회’의 꿈과 마주하며 말이다.



새홍성교회·홍성이주민센터
350-808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972  
041-633-9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