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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5-06 고달픈 삶, 희망의 인문학

고단한 삶, 희망의 인문학 1ㅣ 내 삶에 들어온 인문학 (2)

진리를 알려고 하는가 살려고 하는가
대학생나눔문화의 ‘고전100권 읽기’를 통해 얻은 것들



스무살이 그냥 흘러가고 있었다. 해야 할 것은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없었던 나날들. 문득 억울했다. 많은 걸 기대하고 대학까지 온건데…. “대학만 들어가면!”이라는 말을 우리는 수없이 듣고 살지 않았던가. 대학에 들어가면 스무 살만의 자유를 얻고 진리를 탐구하고 캠퍼스의 낭만을 한껏 누리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은 이미 대학이 아니었다. 진리의 전당이라 불리던 대학은 경제논리를 앞세운 ‘취업학원’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스펙을 쌓고 등록금이라도 벌자고 알바에 매달린 우리에게, 사회는 열정도 패기도 없는 ‘88만원세대’라고 딱지를 붙여주었다.
뭔가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스펙에 열중하자니 젊음이 아깝고, 스펙 대신 다른 걸 하자니 뒤쳐질 것만 같고…. 늘 불안했다. 그리고 결국 ‘이 길 말고 다른 길이 없을까?’라는 상처뿐인 물음을 품은 채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그리고 우연히 ‘청년은 지성과 행동의 두 발로 선다’는 대학생나눔문화(이하 대나눔)의 한 마디를 보게 됐다. 대학에 다니면서 가장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지성’과 ‘행동’이었으므로 ‘이거다!’ 싶은 마음에 곧장 대나눔에 문을 두드렸다. 그 후로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고전을 읽고 다양한 현장에서 손발로 배워온 지 꼭 1년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인문학이 희망이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학에도 고전강좌가 늘어나고, 고전을 읽지 않으면 유급을 시키는 대학도 생겨났다. 주로 토익, 자기계발서, 전공서적 속에서만 맴돌던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고전을 읽는 일조차 또 하나의 스펙이 되어버린 셈이다. 대나눔에서 고전을 읽던 첫 시간에 받았던 질문. ‘진리를 알려고 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살려고 하는가?’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난 무조건 많이 읽으려는 욕심으로, 많은 지식을 쌓아야한다는 강박으로 책을 읽었다. 그래서였을까? 배우면 배울수록 불안했고 책을 읽을수록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대나눔의 ‘고전100권 읽기’는 ‘생각의 힘’을 키운다. 토론 속에서 드러난 내 안에 상처들을 직시하고 그것을 사회와 인류의 문제로 연결 지어 생각하는 순간, 그로부터 실천하는 힘이 생겨나는 것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나’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느낀다. 내게 필요한 건 닥치는 대로 읽어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도전이 되고 변화를 주는 책읽기였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보라.’ 마음의 양식인 고전도 누구와 함께 읽는지가 중요하다. 학점과 취업을 위해 경쟁하는 대학친구들 속에서는 늘 불안했지만 대나눔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토론하고 진리 앞에선 치열하고 자신에 대해선 성찰할 수 있었다. 문득 ‘이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1년 전 나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고전100권 읽기 시간에 와보는 게 어떨까? 대나눔에서는 5월의 고전으로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를 읽고 다시 한 번 진리를 살아볼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좋은 길을 찾고 싶은 그대, 지금 바로 용기를 내보길!


대학생나눔문화 고전100권 읽기
담당 이상훈 연구원
010-2790-7130
www.nanum.com


이희순|대학생나눔문화 지성나눔 팀장을 맡아 ‘고전100권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랑만큼의 실력, 실력만큼의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100권의 고전을 읽고, 10명의 진실한 친구들과 1명의 진정한 스승을 찾는 '100-10-1의 진리'를 살고 있다.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에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