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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5-06 고달픈 삶, 희망의 인문학

고단한 삶, 희망의 인문학 1ㅣ 내 삶에 들어온 인문학 (3)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진실한 소통의 장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처음 인디고 서원에 들어섰을 때, 난 예비 고등학생이었다. 새로운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들을 만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 기대되는 일이었지만 ‘입시 전쟁’에 그야말로 내던져지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 학교에 입학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내가 꿈꾸는 삶을 사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행복한 삶을 살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언제 올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내가 느끼는 억압과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학교와 인디고 서원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공간이었다. 인디고 서원에서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분야의 다양한 인문학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이 세상은 무엇인지,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누구인지, 그런 나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삶, 정의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나갔다.
어른들은 자주 ‘현실’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지금의 내 삶을 미리 결정하려 하였다. “현실이 이러하니 너는 지금 이것을 해야만 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인디고 서원에서 공부를 할수록 지금 내가 처해있는 현실은 그저 나에게 툭하니 주어져서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변화시킬 수 없는 굳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진정한 현실은 지금 이 순간 나를 비롯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
다. 그러자 현실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장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하여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이 탄생되었다. 정의와 순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글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외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자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정직한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치열하게 생각하고 느껴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지 않으면 언제나 손은 거짓말을 지어내기 일쑤였다. 언젠가부터 정직한 글이 안 써질 때면 치열하지 못했던 제 삶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스스로를 반성하며 더 옳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애벌레가 번데기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되는 것처럼 힘들었다. 그럼에도 기자로 활동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배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진심이 담긴 글이 다른 사람의 가슴에 작은 진동을 일으켜 변화를 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인디고 서원의 청소년들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이하 정세청세)’라는 청소년 토론의 장을 직접 기획해 만들기도 했다. 2007년부터 매회 8회씩 총 16회를 부산에서 진행하였으며, 총 12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서로 자신들의 꿈을 나누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 삶에서부터의 변화를 약속하였다. 올해부턴 전국 6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릴 것이다. 전국의 청소년들이 모여서 우리 삶의 본질적인 가치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꿈같은 일이다. 에마 골드만의 말처럼 혁명이 “가치관을 재평가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나는 청소년들의 이 진실한 소통이야말로 그 자체로서 혁명임을 믿는다.

인디고서원
051-628-2897
www.indigoground.net


윤한결|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의 기자로, 전 세계의 창조적 실천가들을 부산으로 초청해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서로 토론하는 소통의 장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