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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두 손을 모으다

예수님처럼 l 동교동교회 음동성 목사

여러 갈래의 큰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이 물은 어디서부터 내려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물을 거슬러 줄기차게 따라 올라 가다 보면 이내 그리 대단하지 않은 작은 샘을 만난다. 하지만 폴폴 거리는 샘물에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가슴은 쿵쾅쿵쾅 뛴다. 감격 그 자체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 이야기하고 싶었다.
동교동교회 음동성 목사님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자유인이다. 하지만 현재 교계의 영성을 이야기하는 주요 활동가들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샘물 같은 곳이 바로 음동성 목사님이다. 젊은이들로 가득한 홍대 끝 언저리 동교동에 단단히 어울려 서 있는 곳을 찾았다. 글·사진 김준영

현재 한국교회에서 젊은 리더십으로 활동하는 여러 목사님들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일도 목사님의 영적 멘토로도 유명한데. (웃음) 최일도 목사가 그러던가? 난 별로 한 게 없다. 그저 34년간 평창동 토탈미술관 내에서 매주 성경 강의를 한 것이 전부다.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좀 어울리지 않지만 토탈미술관에서 시작을 했다. 처음 시작은 신학을 하려는 처남과 동서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 같이 공부하는 신학생들이 아름아름 모여들었다. 크게 하려는 마음도 없이 지금까지 꾸준히 하다 보니 그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커가면서 그런 말을 한 듯하다. 그중 유해룡 교수, 오방식 교수, 최일도 목사 등이 있다.
요즘도 그곳에서 계속 강의를 하고 있나. 그렇다.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지만 오히려 내게 더 큰 유익을 준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책을 읽고 성경 연구를 해야 한다. 사실 난 책 읽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웃음) 그간 목회를 하고, 강의를 하면서 책을 쓴다거나 설교를 남기거나 하는 일을 잘 안했다. 내 자신이 별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인터뷰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내 전체이신 예수님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님 나라에 좋겠다 싶어 이렇게 기쁘게 만날 수 있다고 하겠다.(웃음)
그렇다면 언제부터 예수가 전체가 되었나.
(잠시 생각) 14세 때다. 당시 어머님이 많이 아프셨다. 교회를 어릴 적부터 다녔으니 자연히 사랑하는 어머니의 병이 낫기를 열심히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를 하다 기도의 내용이 점점 변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나님 만나야겠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줄기차게 그 내용으로 하나님 앞에 기도했다. 어느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렇게 기도하면서 예수가 나의 전체가 되었다. 절대화라고 이해해도 좋다. 그리고는 기도, 찬미, 예배, 말씀 등이 절대 기쁨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난 그때 그 절대화의 경험과 만남에 의해 지금까지 이끌려 왔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의 영성도 마찬가지고.

예수님을 닮는 과정을
무척 강조하시는데.
어떤 목사든 다 강조하는 거 아닌가(웃음). 나는 세 가지만 집중한다. 예수님이 공적 사역을 시작하면서 요단강에서 세례 받으시는 장면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내 삶의 영성 추구의 목표로 정한 것이다. 날마다 만사를 통해 말씀이 들려오는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듯이. 날마다 만사를 통해 성령의 찾아와 내 삶에 임재하는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임했듯이. 날마다 만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충만히 체험하는가,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말씀으로 예수님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셨듯이. 세상이 계속해서 악해지고, 사상이 난무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깊은 말씀, 깊은 성령, 깊은 사랑을 경험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다른 일 신경 쓰지 말고 말씀과 성령,
그리고 사랑 체험하는 데만 전력을 기울이면 된다.
공동체 영성으로 이야기를 옮겨 보자.
영성은 개인수련으로 끝나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확고하다. 영성의 출발과 마지막은 예수를 닮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예수님처럼이다. 예수님을 본받는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 예수님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12제자 공동체를 이루셔서 그 공동체를 통해 영성을 표출하셨다. 즉, 더불어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다. 성도는 별거 없다. 공동체를 잘 이루면 그 성도 영성이 참 좋다 생각하면 100% 맞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 뿐 아니라, 사는 지역에 마을 공동체, 일터 공동체, 가정 공동체를 잘 이루는 사람이 진짜다. 그런 점에서 어른 공경 잘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어른 잘 모시는 사람이 바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사람이다.

공동체와 영성이 교차하여 만나는 것이
새롭다.
새로울 것도 없다. (웃음) 다 예수님이 하신대로 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 본받을까에 일평생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다른 것에는 흔들릴 필요 없다. 그래서 나는 신학생들과 만 4년째 함께 살고 있다. 보통 4명, 많을 때는 6명 정도가 내 집에서 같이 산다. 내 아내만 고생이지만. (웃음) 매일 같이 밥 먹고, 목욕하고, 놀러 다니고 한다. 대단한 이유로 그렇게 한 것 아니다. 단순하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으니까. 내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야 하지 않겠나. 다른 것은 몰라도 하나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마 한국 교회에서 내가 가장 부교역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갈 거다(인터뷰 중에도 부목사님이 편한 복장에 과일도 깎아 주시고, 차도 내 주셨다. 마치 아들처럼 보일 정도로 친근했다).
하나님의 나라와 사랑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그렇다. 우리는 사랑의 사람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드러내는 데만 영성을 집중하면 된다. 죽어서 천국 가는 것은 지금 당장 고민할 문제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사는 곳에 하나님 나라를 임하게 하느냐만 신경 쓰면 된다. 부모, 부부, 형제, 이웃 관계에서 간증이 있어야 한다. 예수가 들어와서 예수의 섬김으로 간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이 빠지고, 독이 빠지고, 시기가 빠져야 한다. 가시같이 쏘는 것이 제거되어야 한다. 긴 과정이지만 반드시 이런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라. (생각). 어느날 기도를 하는데 이런 영상이 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내가 나귀를 타고 가는데 나귀가 예수님이 아니겠는가. 아마 고난주간에 기도할 때였을 거다. 그래서 왜 예수님이 나귀십니까 하고 물었지. 네가 나를 사랑해서 부족함 없이 내가 너를 사용했다. 그래서 내가 너를 태우고 가는 것이라는 게 아니겠는가. 근데 이 나귀가 비뚤비뚤 가는 듯했다. 왜 제가 가는 길이 이렇게 비뚤비뚤 합니까 하고 물으니, 너는 아직도 사랑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긁어 내리려하고, 높아지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다 그러시더라. 계속 기도 중에 내가 부친을 전도하면서 품었던 반항심, 어린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부하려는 마음이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어서 남을 그렇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상이 보이는데 예수님이 나를 보고 우시는 거다. 뭔가 뜨거운 게 내 속에서 쑥하고 빠지는 듯했다. 그리고 예수님 말씀하셨다. 나귀 계속 타고 십자가까지 가라고. 같이 가자고.
기도는 어떻게 하시는가.
다양한 방법으로 한다. 방법은 적절하게 맞게 기도하면 된다. 요즘은 주기도문으로 기도를 하는데 한 구절을 말로 내 뱉고, 그 말씀을 계속해서 묵상하며 기도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깨달아지기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도하며 다음 구절로 넘어가지 않는다. 외는 데는 생명력이 없다. 사랑이 빠진 기도다. 사랑이 있는 기도여야 응답이 있다. 이 시대가 우리 민족에 대한 기도 응답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고 기도하기 때문이다. 깊이 사랑하면 그곳에서 기도가 터져 나오고, 응답이 있게 마련이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죄악이 빠지도록 깊게 기도하라. 이것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에 기초해야 기도 응답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추구하려고 하라. 올바로 살려고 진리를 추구하면 예수님 닮기 쉽다. 이것이 출발이다. 예수님을 닮기 시작하는 것이다. 떠들기보다 묵상하고, 되씹고, 묻고 여쭙는 진지함에 초점을 맞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며 살자. (웃음) 가족이니까. 교회는 가족이니까. 하나님의 나라는 공동체니까.

젊은 사람이 좋다는 목사님. 젊은 사람들이 자꾸 진보적 생각과 태도를 나타내서 자꾸 교회를 개혁해야 하나님 나라에 가까워진다는 목사님. 인터뷰 후에 오프더레코드라시며 내게 개인적인 말씀을 더 많이 해주신 정말 이 시대 참 목자 같은 목사님. 어쩌면 영성은 시끌벅적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속적인 울림을 선사했던 선물 같은 목사님. 타는 목마름에 영적 시원함이 온 몸을 감싸면서 다시금 영성의 근원지인 예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 같다. 조용히 주기도문을 고백해 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